카카오가 연내 오라클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전면 걷어낸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오라클 DBMS 유지·보수 대안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탈 오라클 환경이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에 이어 개인용(B2C) 서비스 최대 기업 카카오까지 탈 오라클을 선언하면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 이전을 검토하는 대기업이 늘어날지 주목된다.
30일 이태윤 카카오 데이터플랫폼팀장은 “지난해 '탈 오라클'을 내부적으로 천명하고, 오라클 제품을 구입하려면 리뷰와 최종 결재를 받아야 하는 구조로 바꾸는 등 신규 오라클 DBMS 도입도 최소화했다”면서 “연내 오라클 DB를 마이SQL 등 오픈소스 DB로 전면 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2014년 포털사이트 다음과의 합병 후 오픈소스 DB 전환에 속도를 냈다. 당시 카카오는 이미 오픈소스 마이SQL 위주로 시스템을 구성했다. 오라클 시스템에 있던 DB를 마이SQL, 몽고DB, 포스트그레SQL 등 다양한 오픈소스DB로 이관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4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카페, 메일 등 다음 핵심 서비스를 담은 오라클DB까지 전부 오픈소스로 이관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오라클 유지·보수 서비스 계약을 해지하고 유지·보수 전문 기업 리미니스트리트와 계약했다.
이 팀장은 “카페와 메일 등은 카카오 핵심 서비스이자 장애가 발생해선 안 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안정적 이관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면서 “그동안 오픈소스 역량을 쌓아 온 전문 인력과 이관 과정에서 기존 오라클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지원해 줄 유지·보수 전문 업체가 있었기 때문에 연내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오라클 DB 비중을 줄이거나 오픈소스, 티베로 등 타 DB로 이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국산 DB 티베로를 메인 업무 DB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오라클 DB 위주 구조를 바꿔 3년 안에 전사 차원의 DB 가운데 50% 이상을 티베로와 오픈소스로 사용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현대기아차 수준을 넘어 핵심 DB까지 오라클을 걷어내면서 업계로부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발표 이후 오라클 DB 비중을 줄이거나 오라클 유지·보수 대신 비용 절감이 큰 리미니스트리트 등 유지·보수 전문 서비스 채택을 고민하는 대기업이 늘었다.
이 팀장은 “마이SQL, 포스트그레SQL 등 오픈소스가 예전에 비해 많이 탄탄해져서 메인 DB를 충분히 처리할 정도로 좋아졌다”면서 “리미니스트리트 등 안정적 DB 이관을 도와줄 파트너가 늘면서 탈 오라클이 충분히 가능한 환경이 갖춰졌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오픈소스 도입을 검토하는 주요 대기업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연내 오라클 DB 이관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업계에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