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I 보급, 목표량 절반도 못 채워…계시별 요금제 도입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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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한국전력의 지능형원격검침인프라(AMI) 보급 목표 달성이 사실상 실패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목표치 절반에도 못 미치는 AMI 보급량을 기록, 최종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만 1조원 이상 투입해야 하는데 재정난이 악화되면서 여건도 녹록지 않다. 한전 AMI 보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정부의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8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전국에 보급된 AMI는 총 848만호로 집계됐다. 한전은 2018년까지 총 700만대를 보급, 지난해 148만대를 추가 보급했다.

AMI는 실시간 양방향 통신망을 이용해 전력사용량·시간대별 요금정보 등 전기사용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기기다. 검침원이 가정을 방문해 전기사용량을 직접 확인할 필요가 없고 전기사용 데이터를 토대로 요금 절감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한전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간 전국에 AMI 1700만호를 보급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보급량은 37.6%(848만호)에 그쳤다. 2020년까지 2250만호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올해에만 전국에 AMI 1402만호를 깔아야 하는데, AMI 호당 보급 추산금액이 7만1791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조원 이상 투입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9300억원가량 적자를 낸 한전 입장에서 한해에 AMI 보급 사업에만 1조원 이상 투입하긴 어려울 거란 분석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한전 AMI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이유에도 재정 악화가 한몫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2020년까지 AMI 2250만호를 보급하겠다는 목표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간 만큼, 현실을 반영한 보급 목표를 재수립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영국의 경우 2020년까지 5300만대 보급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2018년 6월 기준 1400만대 보급(26%)에 그쳤다. 독일에서는 경제성이 부족한 전기 저소비 가구에도 AMI 보급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불붙으며 제동이 걸렸다. 우리나라도 AMI 보급이 필요한 가구를 중심으로 점차 보급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전 AMI 보급 차질로 인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계시별 요금제는 △계절별(하계·동계·춘추계) △시간대별(경부하·중간부하·최대부하 시간대로) 구분해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으로, AMI가 보급된 가구에 한해 선택 가능하다. 산업부는 2021년까지 서울·경기 등 7개 지역 2048가구를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실시한 후 계시별 요금제 정식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전 AMI 보급이 원래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계시별 요금제 도입 시기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택용 계시별 요금제 도입은 AMI 보급 추이에 맞춰 시기를 조율할 수밖에 없다”면서 “AMI 100% 보급이 계시별 요금제 도입 전제 조건은 아니지만, 기본 인프라는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시별 요금제 선택을 희망하는 가구부터 우선적으로 AMI를 보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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