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 밀집 지역 가맹점에 브로커, 본토 QR 플랫폼 부착
국내에서 변칙적인 중국 QR 결제가 횡행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이 밀집한 서울 중구 명동, 영등포구 대림동 등지에서 알리페이·위쳇페이 QR 결제를 변칙으로 정산해 주고 수수료를 떼어 가는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신속한 정산금 지급과 다양한 프로모션을 가맹점에 약속하고 중국 본토 QR 플랫폼을 부착한다. 국내 계좌가 아닌 중국 계좌를 개설하게 한 후 모든 정산 자금을 브로커가 선대납한 후 자체 정산하는 구조다. 높은 수수료를 뗀 후 위안화로 가맹점주에게 정산해 준다.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자금을 그대로 중국 계좌로 유입시키기 때문이다. 사실상 환치기 소지가 다분하다. 정부는 이 같은 편법 QR 결제 행위가 있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 유동인구가 많은 상가 중심으로 한국의 정산 기관을 거치지 않은 채 중국산 QR가 한국 QR 결제로 둔갑해 환치기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중국인 대상 QR 결제는 인롄(유니온페이), 알리페이, 텐센트 등이 국내 정산 기관(VAN)을 선정해 결제가 이뤄진다. 한국 계좌를 통해 정산이 이뤄지면 이들 정산 기관이 중간에서 모든 결제 관련 업무를 대행하고 수수료 부과 작업 등이 이뤄진다. 정부에서도 정산 기관 이용 내력을 활용해 세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최근 중국 관광객 대상으로 장사하는 영세 가맹점에 브로커들이 접근해 중국 공상은행 계좌를 연동, QR 결제를 정산해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경우 가맹점주는 한국보다 높은 수수료를 제공하고, 정산대금을 원화가 아닌 위안화로 입금받는다.
한국에서 중국인 소비 활동이 이뤄지지만 편법 QR 정산을 악용해 모든 자금은 중국으로 유입되고, 한국 가맹점은 사실상 중국 가맹점으로 편입되는 셈이다.
국내 한 밴사 고위 관계자는 “브로커가 가맹점으로 들어온 돈을 우선 대납해 주고, 나중에 정산할 때 높은 수수료를 뗀 후 입금하는 구조”라면서 “한국에 내야 할 세금도 한 푼 내지 않아 한국이 중국 페이먼트 화수분으로 전락한 셈”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영업과 마케팅이 서투른 영세 가맹점 대상으로 중국 브로커들이 높은 수수료를 받으며 위쳇페이 QR 등을 임의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맹점은 모든 결제가 중국 계좌 등을 통해 입금되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업계는 이렇게 중국으로 흘러간 자금이 연간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편법 QR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산 기관도 마찬가지다.
알리페이 정산 기관 관계자는 “짝퉁 QR가 일부 지역에서 악용된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지만 실제 사용이 되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만약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부가 강력한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제로 달러 투어리스트 현상이다. 중국 관광객이 제3국의 중국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QR 결제로 쇼핑하면 모든 소비 자금이 내국이 아닌 중국으로 흘러들어 간다. 최근 일부 국가들이 이 같은 상황을 인지, 강력한 규제안을 발표했다. 미얀마, 베트남 등은 현지에서 위챗페이 사용을 금지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