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44>마지막 달력을 넘기는 손끝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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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또 지나는구나.” 2019년을 지나는 변곡점에서 정리하고 평가할 일이 많다. 한 해 학업성적표를 들여다보는 학생, 모아 둔 전표를 계산기에 두드리는 상점주인, 커 가는 아이의 몸무게를 재 보는 엄마, 4차 산업혁명 성취도를 정리하는 공무원 등 각자의 2019년 성과를 가늠하기 바쁘다. 불명확하고 다양하게 지나온 1년을 빨리 접고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하고, 새 달력으로 교체했으면 하는 생각이 역력하다. 끝없이 하락하는 경제지표, 눈을 비비고 찾아도 없는 일자리, 어지럽게 싸우는 정치판, 각 나라 국가지도자들의 눈치싸움 등 어느 것 하나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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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더 중요한 점검 항목이 있다. 얼마나 행복하고 즐거운 한 해를 지냈는지에 대한 평가다.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다.

정치권은 의석 몇 개를 목표로 연일 싸운다. 젊은이의 취업 전쟁도 치열하고, 노년층의 생존전략도 만만치 않다. 한 편의 논문을 목표로 교수와 학생 간 골은 깊어 가고, 상사와 부하직원은 기대 차이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전혀 즐겁지 않다. 성과에 의존해 성패를 결정하는 상황이 욕심과 공범이 돼 즐거움을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가 전부로 되지 않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물론 내일을 잊고 무작정 즐기는 것도 답은 아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한참을 놀다 보면 밀린 학업에 짓눌려 후회한 경험은 누구나 있다. 오늘과 내일을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배워야 한다.

형식과 틀에 맞춘 업무 수행으로 생각의 자유를 잃으면 즐거울 여유가 없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업무 수행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지난주 송년행사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진행 요원의 실수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동안 애국가가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어느새 함께 애국가를 부르는 우스꽝스런 일이 벌어졌다. 주최 측은 당황했지만 한 번쯤 국기에 인사하면서 애국가를 부른 경험도 나쁘지 않았다는 한 참석자의 발언으로 상황은 반전됐다.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실수도 흠은 아니다. 어려서부터 실수를 용납하지 않도록 배워 온 생각을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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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량 실적에 매달린 평가가 즐거움을 앗아간다. 심지어 조작이라는 범죄를 서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성과에 온전히 의존하는 평가 방식보다는 목표 공유를 향한 평가 척도를 동원하면 가능한 일이다. 구성원 관계와 자기 발전 척도가 오히려 더 훌륭한 결과를 양산할 수 있다.

희망을 읽어야 한다. 미래의 희망이 현재의 어려움보다 클 때 즐겁다. 학교, 직장, 정부가 구성원에게 내일의 모습을 보여 주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학교의 배움은 사회에서 유용하고, 기업의 업무는 기업 성공과 구성원 혜택으로 연결된다는 믿음이다.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는 이유도 기술이 선도하는 미래가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희망을 보는 눈을 뜨려면 우선 정부는 인간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인기에 영합하기보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을 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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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을 즐겁게 지나왔는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2020년 경자년에는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미래를 보는 여유로 즐거움을 만끽하는 개인과 국가가 됐으면 한다. 오늘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과 즐거움의 다리 위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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