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사랑하는 차가 진정 좋은 차 아닐까요.”
좋은 자동차에 대한 생각을 묻자 마이클 바우어 메르세데스-벤츠 콤팩트카 개발 총괄은 이렇게 답했다.
바우어 총괄은 지난달 말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GLB 글로벌 시승회에서 기자와 만나 “엔지니어와 파이낸스 담당자가 원하는 좋은 차는 분명 다르지만, 신차 개발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고객”이라면서 “고객에게 사랑받는 차를 만드는 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벤츠 콤팩트카 개발 초창기 때부터 이를 주도해온 콤팩트카 전문가다. '슈퍼 스몰카'를 콘셉트로 삼은 A클래스 개발에 참여하며 젊은이들을 위한 콤팩트카를 내놓는 데 일조했다.
'벤츠가 이런 차를 만들다니….'
바우어 총괄은 벤츠가 A클래스를 선보일 당시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고 회상했다. 고급차 대명사 벤츠에 대한 이미지를 바꿔놓은 것이다. A클래스로 콤팩트카 성공 가능성을 엿본 벤츠는 이후 작지만 강력한 상품성을 지닌 다양한 신차를 쏟아냈다.
최근 벤츠가 공개한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B'는 바우어 총괄이 주도한 최신작이다. 그는 프로젝트 매니저로 GLB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벤츠의 8번째 콤팩트카 라인업이다.
바우어 총괄은 GLB 개발 배경에 대해 “소형차와 SUV 사이 빈자리를 공략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다”면서 “동급에 7인승 모델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콤팩트 패밀리카에 대한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처럼 GLB 개발은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다양해지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는 콤팩트카를 만들어보자는 새로운 시도였다.
바우어 총괄은 “GLB는 패밀리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스포티카로 활용할 수 있는 자동차를 콘셉트로 삼았다”면서 “가족과 친구가 많은 활동적인 40대 가장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그가 꼽은 GLB의 최대 강점은 차체 대비 넉넉한 공간이다. 콤팩트카지만 3열 7인승 좌석을 갖췄다. 2열 좌석을 앞뒤로 14cm까지 움직일 수 있고, 3열을 아예 접어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기존 콤팩트카와 분명한 차별화로 판매 간섭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단언했다.
바우어 총괄은 “GLB는 벤츠가 선보였던 GLA나 B클래스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GLA는 역동성, GLB는 공간 활용, B클래스는 다재다능함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콤팩트카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적으로 작은 차체에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콤팩트카를 원하는 고객이 계속 늘고 있어서다.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해 고객 선택 폭이 넓히며 콤팩트카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목표다.
바우어 총괄은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혼을 담아 고객에게 사랑받는 콤팩트카를 계속 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말라가(스페인)=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