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면세 e커머스 채널, 수출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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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면세 시장이 세계 1위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면세 시장에 e커머스 채널이 존재하고 거래 규모가 상당하다는 것은 모른다. 우리나라 면세 상위 3개 업체의 e커머스 매출은 올해 6조원이 넘을 것이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인 구매자 매출이다.

면세 e커머스 채널은 일반 유통 시장에서 e커머스와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매장과 같은 시설투자 없이 운영된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면세점 대비 낮은 가격과 모바일 구매라는 편의성을 무기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 소비를 빨아들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로 면세 e커머스 시장 상위 3사의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59%로, 오프라인 면세 시장 성장률 37%를 크게 웃돈다. 면세 시장에서도 e커머스로의 전환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면세 e커머스 채널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판매 상품 구성비에서 화장품이 압도한다. 오프라인 면세점에서 화장품 매출 비중이 약 50%인 것에 비해 e커머스 채널에서는 80% 이상이다. 출국장 인도장에서 모든 구매 물건을 받아야 하는 면세 e커머스 이용자는 단가가 다소 높지만 부피가 작아서 여행 가방에 넣고 운반하기가 좋은 화장품 구매를 선호하고 있다. 즉 운반 용이성 때문에 면세 e커머스 채널에서 화장품이 선호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중국 내로 유입되는 총 직접구매(직구) 상품의 매출 구성비를 보면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18년 중국 내 직구 시장은 약 90조원으로 추정된다. 상품별 구성비를 보면 화장품 14%, 식품 및 건강보조제 12%, 육아용품 12%, 패션 12%, 장난감 7%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한국은 화장품 이외에 상품 카테고리에서 판매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면세 e커머스 상위 3개사 매출만 6조원이 넘고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국인 매출임을 상기해 볼 때 우리나라 면세 e커머스 채널은 사실상 대 중국 역직구 시장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면세 시장이 중국인 보따리 상인의 장사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지속돼 온 것은 사실이다. 생각을 조금 바꿔 이를 오히려 잘 활용하면 면세 e커머스 채널을 중국 시장에 식품, 육아용품 등 다양한 국산품을 선보이고 중국 소비자들의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대 중국 역직구와 수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중국 보따리 상인처럼 면세 e커머스 채널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여행 가방을 들고 한국에 와 출국장 인도장에서 받아 가방에 채워 가는 방식으로는 역직구 플랫폼으로 활용되기 어렵다.

중국인 대상 면세 e커머스 판매를 수출에 준하는 역직구 산업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하고 관계 정부 부처와 업계가 나서서 중국에 직접 판매하는 형태의 e커머스와 공항 인도장 이외 편의성 높은 물류 서비스를 실현한다면 다양한 국산품을 중국에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쪽으로 면세 e커머스는 진화할 수 있다. 면세 e커머스 채널에서 구매할 때 중국인 구매자가 물건을 받을 수 있는 경로를 다양화하고 통관 절차 등 제반 절차에 대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만족할 만한 편의성을 띨 수 있도록 관련 지원 및 업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변화가 실현된다면 면세 e커머스가 단순히 관광객에게 면세품을 파는 채널이 아니라 한국 상품을 세계에 판매하고 널리 알리는 역직구 시장의 중심이자 수출 플랫폼으로 바뀔 것이고, 많은 한국 중소 브랜드에 수출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만성원 신세계디에프 온라인담당 sungwon.mann@shinseg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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