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전공대설립단장 “한전 적자라도 학교 설립 미룰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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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빈 한전공대설립단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전이 흑자로 전환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현빈 한전공대설립단장은 11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전공대 설립 반대'를 강력히 외치는 일각의 목소리에도 개의치 않고 세계 일류대학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분명했다.

한전공대 설립은 2017년 4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서 비롯됐다. 문 대통령이 한전공대 설립을 공약으로 발표하기 전인 2015년과 2016년에는 한전이 각각 13조원, 7조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년간 쌓은 순이익이 무려 20조였다. 그런데 한전공대 공약이 발표된 2017년 4분기에 한전은 1294억원 영업적자로 돌아서더니,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누적했다. 이는 당시 한전 인사처장이었던 이 단장도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이 단장은 “한전이 흑자일 때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1~2년 적자라고해서 흑자전환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건 의미가 없다”며 “가치 판단이 확실하다면 (학교설립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단언했다. 그는 “한전 적자가 지속되도록 정부가 손 놓고 보진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적정한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재정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단장은 “한전 연구개발(R&D) 1년 예산이 4000억원 수준인데 이것만으로 미래 에너지 기술을 담보할 수 있을 거라곤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응용기술만으로는 에너지 신산업을 선점할 수 없기에 한전공대는 '남이 가지 않은 도전적 영역'으로 전진한다는 목표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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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빈 한전공대설립단장.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한전공대 초대총장 선임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이 단장은 “현재 200명이 넘는 총장 후보자 명단을 손에 쥐고 있지만 적절한 사람을 찾는다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다”면서 “연구 능력이 출중한 후보자는 행정력·리더십이 부재하고 이 모든 걸 겸비한 후보자를 찾으려니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같은 유능한 인물이 한전공대 초대 총장으로 선임되길 원한다는 개인 바람도 피력했다. 이 단장은 “김용 전 총재를 직접 만나 이런저런 얘기도 나눠봤지만 그 분은 세계무대로 더 큰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면서 “4년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20년 이상 한전공대를 맡아서 책임지고 끌어줄 수 있는 분이 나타나길 바랄 뿐”이라고 했다.

가칭으로 사용 중인 교명(한전공대)은 초대 총장이 내정된 이후 새 이름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그동안 추천 받은 한전공대 정식교명 중 '와이즈(WISE)'라는 이름도 있었다고 전했다. 월드 인스티튜트 오브 사이언스 앤드 엔지니어링 (World Institute of Science & Engineering)의 약자로, 뒤에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T를 붙여서 '와이스트'라는 교명도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 단장은 “한전공대 부지 선정이 매끄럽게 진행됐고 중앙정부가 지자체 수준의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한국에 대학 하나를 새로 짓는다는 관점이 아닌, 세계 일류대학이 만들어진다는 생각으로 한전공대를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웨덴 말뫼대학·프랑스 소피아 앙티폴리스대학 모두 자그마한 시골마을에서 탄생했지만, 이제는 그 곳이 세계가 알아주는 유명도시로 변모했다며 우리나라도 전철을 밟을 수 있을 거라고 자신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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