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신기술을 집약한 신차가 새해 자동차 시장에 쏟아진다. 플랫폼부터 디자인, 파워트레인을 모두 바꾸면서 기술력을 과시하는 핵심 신차들이 출시를 앞뒀다.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뜻하는 '가심비' 소비 트렌드가 자동차 시장에 반영되면서 차급을 뛰어넘는 '고급화'와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전동화 모델' 투입이 특징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수입차 브랜드는 새해 70여종의 신차를 내놓고 본격 신차 레이스에 돌입한다. 시장을 이끄는 대어급 신차가 많았던 올해보다 숫자는 다소 줄었지만 흥행을 보증하는 베스트셀러의 신형 모델들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차 숫자가 적은 만큼 모델별 성공 여부가 새해 브랜드별 실적을 좌우할 전망이다.
◇국산차, 흥행 보증수표 '베스트셀러'로 수익성 강화
국산차 업계는 세단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까지 베스트셀링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 새해를 기점으로 신차 슈퍼사이클 시기에 진입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제네시스가 업계에서 가장 많은 20종 이상의 신차를 준비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역대 가장 많은 신차 6종을 내놓는다. 상대적으로 신차가 적은 한국지엠과 쌍용차는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현대차는 '아반떼' '싼타페' '투싼' 등 자사 대표 차종의 신형 모델을 투입한다.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상품성을 입증한 모델인 만큼 새해 판매를 주도할 전망이다. 가장 큰 기대주는 내년 상반기 투입할 아반떼다. 7세대 아반떼는 2015년 11월 6세대 출시 이후 5년여 만에 데뷔하는 완전변경 모델이다. 역대 아반떼 가운데 처음으로 가솔린 기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는 점도 주목된다. 아반떼와 쏘나타는 고성능 'N' 버전도 선보인다.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중형 SUV 싼타페는 부분변경 모델로, 디자인 변경과 함께 파워트레인 개선에 나선다. 싼타페 하이브리드 버전도 처음 선보인다. 준중형 SUV 투싼은 내년 하반기 완전변경을 거친다. 투싼 역시 하이브리드를 라인업에 추가한다. 소형 SUV 코나 부분변경 모델도 예정됐다.
기아차는 '쏘렌토' '스포티지' '카니발' 등 신형 SUV 라인업을 전면에 내세운다. 완전변경에 나서는 쏘렌토는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한다. 디젤 엔진 비중을 줄이고 하이브리드 2종(HEV·PHEV)이 추가된다. 준중형 SUV 스포티지와 대표 미니밴 카니발도 완전변경을 앞뒀다. 아울러 '모닝' '스팅어' '스토닉' 등이 부분변경을 통해 상품성을 높인다.
제네시스는 올 연말 'GV80' 디젤 모델 출시에 이어 새해 가솔린 모델을 신규 투입한다. 2.5T와 3.5T 가솔린 엔진 2종을 탑재해 시장에 선보인다. GV80 신차효과는 실제 출고가 이뤄질 내년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어 제네시스 핵심 차종인 'G80' 신형 모델을 1분기 중 투입한다. 새해 데뷔가 예상되는 제네시스 두 번째 SUV 'GV70'도 시장의 관심사다. 제네시스 막내 'G70'도 첫 부분변경을 거친다.
르노삼성차는 새해 6종에 달하는 신차를 선보이고 재도약에 나선다. 내년 1분기 중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신개념 크로스오버 'XM3' 출시를 시작으로 상반기 중 QM3 완전변경 모델인 2세대 '캡처', 글로벌 베스트셀링 전기차 3세대 '조에(ZOE)'를 내놓는다. 아울러 상품성을 개선한 'SM6' 'QM6' '마스터'의 새로운 모델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신차 라인업을 바탕으로 내년 내수 시장에서 10만대 이상의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한국지엠이 출시할 신차는 '트레일블레이저'다. 쉐보레 SUV 방향성을 제시하는 차세대 모델 트레일블레이저는 트랙스와 이쿼녹스 사이 차급에 위치한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할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지엠이 정부와 산업은행과 함께 발표한 미래 계획 일환으로 내수는 물론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올해 코란도와 렉스턴 스포츠 등을 내놓아 내수 3위로 입지를 굳힌 쌍용차는 아직 새해 출시를 확정 지은 신차가 없는 상황이다.
◇수입차, 콤팩트카 시장까지 경쟁 격화
올해 수입차 시장은 작년보다 20% 이상 줄면서 잔뜩 위축됐다. 재고 물량 부족에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인증 지연이 발목을 잡았다. 내년 부족했던 신차 물량이 대폭 보강되면서 브랜드별로 하락한 실적을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입차 양강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중대형이 아닌 소형과 준준형 차급에서 많은 신차를 내놓는다. 벤츠는 소형차 'A클래스 세단'를 비롯해 준중형차 'CLA' 신형 모델에 이어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LB'를 투입한다. 벤츠는 콤팩트카를 중심으로 중형차 입문용 수입차 고객을 흡수할 것으로 기대한다.
BMW는 신형 5시리즈를 내년 부산모터쇼에 글로벌 최초로 공개하며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5시리즈는 BMW 성장을 견인한 베스트셀러이자 핵심 차종이다. 내년 1분기 '1시리즈' '2시리즈' 'M8' 신형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4시리즈' '5시리즈' 신형 모델 판매를 시작한다. 프리미엄 소형차 브랜드 MINI는 신형 컨트리맨과 클럽맨과 컨트리맨의 고성능 JCW 모델을 출시한다.
새해 영업 정상화를 본격화할 아우디와 폭스바겐도 신차 러시에 나선다. 준중형 해치백 '골프'를 비롯해 세단 '제타', 티구안 롱바디 버전 '티구안 올스페이스' 신형 모델 등을 내놓는다. 폭스바겐 SUV 라인업 막내 '티록'도 출시를 앞뒀다. 올해 A6와 A8, Q7을 연달아 선보이며 영업을 재개한 아우디는 새해 'A7' 'Q2' 'Q5' 'e-tron' 등 신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토요타와 렉서스, 닛산 등 일본차 브랜드들은 신차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아직 한일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등 공격적 판촉 전략을 펼치기 어려운 시장 상황 때문이다. 토요타만 유일하게 스포츠카 '수프라' 도입을 계획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푸조는 소형 해치백 '208'과 소형 SUV '2008' 신형 모델을 들여온다. PSA그룹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독립한 DS오토모빌은 프리미엄 콤팩트 SUV 'DS 3 크로스백' 전기차 버전을 선보인다. 올해 신차가 적었던 캐딜락은 새해 'CT4' 'CT5' 'XT4' 'XT6' 등 세단 2종과 SUV 2종을 내놓고 고급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