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플러스]대학 AI인력난 ... 중소대학 AI 전문가 영입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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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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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중소 규모 A대학은 인공지능(AI)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 기존 교수진의 해외네트워크까지 총 동원해서 몇 달간 애를 썼다. 하지만 모든 AI 전문가로부터 거절당했다. 중소대학은 AI전문가가 원하는 '평판'과 '연봉'을 모두 맞춰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존에 근무하던 AI 전공 교수마저 더 나은 근무환경과 연봉을 제공하는 다른 대학으로 이직했다. A대학 총장은 “AI 인력양성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해봤지만 이른바 '명문대'가 아닌 학교는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방법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AI 인재 양성'이 국가 차원 화두로 떠올랐지만 국내 대학은 글로벌 AI전문가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중소 대학은 연구진을 확보하기 힘든 열악한 상황이다. 글로벌 국가와의 경쟁력 격차는 물론 국내 대학 간 격차도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최근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총 20만명의 혁신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AI대학원을 추가 신설, 12대 자본시장 혁신과제 등 혁신 자원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 AI대학원을 기존 3개에서 8개로 확대하고, 기업·산업 맞춤형 인재양성에도 568억원을 투자한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도 AI를 가르칠 연구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소수 명문대는 그나마 대학 유명도에 힘입어 글로벌 연구진 영입이 가능하다. 서울대는 최근 이승근 미국 미시간대 바이오통계학과 교수와 구글 출신 연구원을 신임 교원으로 채용했다. 머신러닝 분야 등 해외 연구진 4~5명을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연세대도 중국 출신 구글 연구원 등 AI 전문가 4명을 신임 교원으로 영입했다.

대학 관계자는 “그나마 우리 대학은 글로벌 전문가의 연봉은 맞춰주지 못했지만 평판도 면에서 유리했다”며 “중소대학의 상황은 더 열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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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대학의 경우 해외 전문가 영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등록금이 10년째 동결돼 신임 교수의 연봉을 올려주기 어렵다. 대외 인지도 측면에서도 불리하다.

중소대학은 해외 인재 영입이 어렵게 되자 유사 전공 교수를 재교육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몇몇 대학은 AI 재교육을 원하는 교수를 선정해 단기 해외 연수를 보내기도 한다. 다만, 박사과정을 거치며 AI를 전문적으로 배운 교수와 단기간 재교육을 받은 교수의 수준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B대학 총장은 “AI에 대한 학생의 수요는 많지만 정작 AI를 가르칠 교수는 거의 없다”며 “기업이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영입하려했으나 연봉과 대학 평판도 때문에 난관에 부딪쳐 결국 학교 내 교수를 재교육시키는 차선책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중소대학간 AI 교수진을 '스카웃'하는 출혈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각 대학이 해외 인재 영입이 어려워지자 국내 대학 교수진 영입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 때문에 AI 인재 확보는커녕 기존 교수진이 줄어드는 대학도 속출한다. 한 중소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중소대학에서는 최근 AI전문가 스카웃 경쟁이 심하다”며 “해외에서 영입이 불가능하니 중소대학끼리 교수를 영입하려는 출혈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학교 간 경쟁력 격차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중소대학은 AI는 명문대 뿐 아니라 대부분 모든 대학에 중요한 학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AI는 핵심 AI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분야는 물론 다양한 학문에 적용해 융합될 때 시너지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중소대학 관계자는 “소위 명문대는 핵심 AI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중소 대학은 기존 특성화된 분야에 AI를 융합하는 방식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양성하고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그림이 바람직하다”면서도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중소대학이 AI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