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소비자가전전시회'(CES)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내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가는 것을 내부에서 검토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CES 참석을 주 목적으로 해외 순방을 검토하진 않았다. 이보다 앞서 칠레가 자국 내 대규모 시위 사태를 이유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연기하면서 1월 미국 개최설이 유력하게 나오자 함께 검토한 순방 행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APEC 회의 개최가 불투명해지면서 CES 방문도 어렵게 됐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CES 참석에 어느 정도의 비중을 뒀는지는 모른다. 다만 참석을 검토했다는 자체에 대한 희망과 함께 결국 CES 순방길이 성사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겹친다.
세계 많은 기업은 CES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는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뿐만 아니라 자동차, 유통, 가전, 의료, 로봇 등 다양한 산업계가 모인다.
문 정부는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3대 신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내년 CES의 핵심 어젠더도 이들 영역이다.
반도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기술, 가상공간에서 치유 과정을 경험하는 디지털 치료법이 소개될 예정이다. 헬리콥터와 드론의 하이브리드 형태인 비행택시 등 미래 교통수단도 쏟아진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와 일맥상통한 아이템들이 즐비하다.
문 대통령이 CES에 가 보지 못한다면 청와대 직원들이라도 현장을 방문해 보길 권한다. 혁신의 주도권을 어느 기업이, 어떤 기술이, 어떤 국가가 쥐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현 정부는 정권 후반기 정책의 무게 추를 혁신 성장으로 옮겼다. 그동안 뿌린 혁신 씨앗이 제대로 꽃을 피우기 위해선 시장을 디테일하게 점검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술 변화와 세상의 움직임을 정확히 인지해야 산업 곳곳에 웅크리고 있는 규제의 '붉은 깃발'을 뽑아낼 수 있다. 청와대가 기술 혁신의 중요성과 삶의 변화를 '보고서'가 아니라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면 더 현장감 있는 정책이 나올 것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