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소부장 문제, '소부장형 성공담'으로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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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업 현장에서 열린 제2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 <전자신문DB>

올해는 일본과의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문제가 단연 국가 화두였다. 정부는 소부장특별법(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부터 연구개발(R&D), 금융, 수급 체계에 이르기까지 지원 정책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유사 문제의 재발을 방지한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정작 후속 사안이 수면 아래 있을 수도 있고, 우리 기업들이 분발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당초 우려한 바에 비하면 우리 산업은 잘 견디고 있다. 실상 그 영향을 크게 우려한 배경은 오랫동안 우리 제조업의 보틀넥이 이 소부장 분야 기술에 있다고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제조 경쟁력에 의존하는 우리 산업에 소부장 기술의 해외 의존도는 컸다. 그런 탓에 허점을 보였다는 아픔도 더 크게 다가왔다. 그런 만큼 이번 사태를 잘 극복한다는 것은 전화위복의 기회라는 의미가 된다. 정부와 기업 모두 의욕도 보인다. 물론 정부는 소부장을 둘러싼 양국 제조업의 변곡점을 잘 찾아내 활용하는 정책을 지혜롭게 짜내야 한다.

단지 그 전에 소부장 문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그 가운데 첫 번째는 기술 원천 확보 문제다. 전문가들이 보는 소부장 문제의 재론 가능성은 특허 침해 문제에 있다. 실제 초기의 일본 수출 규제 대상 3개 품목 특허 현황을 보면 포토레지스트 경우 국내 등록특허 64%를 일본이 점유하고 있고, 불화수소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두 배가량 앞선다. “소부장의 국산화·자립화 문제는 특허기술을 둘러싼 일종의 기술 패권 다툼이다”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반드시 해결하고 가야 할 숙제인 셈이었다.

두 번째 과제는 '소부장형'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소부장 산업 육성이 지지부진한 데는 기술력 중심 중소·중견기업이 근간인 산업에서 대기업 중심 산업 육성에 익숙한 우리의 정책 밑천이 드러난 데 한 원인이 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 지원에만 온전히 맡길 수도 없다. 이번 소부장 사태에서도 봤듯 제조 중심 우리 산업에서 작동하는 공급사슬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은 몇 년 안에 구멍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사실은 지난해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일본이 우리 경제보다 3배 크다. 우리가 일본보다 GDP 대비 R&D비는 앞이지만 총 R&D비는 일본이 우리를 2배를 넘어선다. 대표선수라면 밀릴 바 없지만 저변을 따진다면 아직 부족한 구석이 있을 테다. 이 빈자리를 정책이 맡아 줘야 한다.

우리는 소부장 위기를 극복하면서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첫째 국산화·자립화와 관련해서는 국제 가치사슬 상의 역할 분담론은 조금 미뤄 두고 원천 기술 개발을 도모해야 한다. 소부장 핵심 품목에 대한 특허기반연구개발(IP-R&D)을 확대 지원한다는 특허청 대응책은 바람직한 정책 가운데 한 사례다.

둘째 이 같은 대책이 소부장 분야에 그쳐서는 안 되겠다. 이번 극복 노력의 큰 의미는 다른 전략 기술 분야로 소부장 정책을 넓혀 가는 데 있다. 무엇보다 소부장처럼 지지부진하던 과제에서 범정부 차원의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방산 기술의 민간 이전 활성화와 민·군 협력은 그 가운데 오래 묵은 과제임에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조선 산업처럼 차츰 한계산업으로 치부되는 산업을 재생시키는 산업기술혁신정책이다.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는 하나라도 그저 빼앗겨서는 안 된다. 이번 소부장 문제를 극복한다면 그만한 결단으로 산업의 난제들에 도전해야 한다. 그것만이 소부장형 문제를 반복하는 대신 '소부장형 성공담'을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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