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병역 대체복무제도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엔 산업계 전문연구요원(전문연) 정원을 기존 1000여명에서 12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박사과정 전문연은 기업부설연구소 등에서 1년 의무 복무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연간 1000명의 박사급 연구 인력이 중소·중견기업에 추가 투입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고급 연구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정부의 결정이 가뭄에 단비 만난 듯 무척이나 반갑다.
병역 의무 이행의 형평성과 병역 자원 부족이라는 어려움에도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과학기술 경쟁력이 국력이라는 일치된 인식을 한 결과다.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에 고마움을 느낀다.
올해 우리 기업을 강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건강한 산업을 만드는 힘은 결국 중소기업 하나하나가 쌓은 기술력이다. 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도 독일의 산업 경쟁력은 추종 불허의 기술력을 갖춘 '히든챔피언'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 바 있다. 애플, 구글, 아마존도 처음에는 독창성 강한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할 기술력으로 무장한 작은 기업이었다.
우리는 이런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특히 중소기업의 뛰어난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구현할 우수한 연구 인력이 절대 부족하다. 산업기술진흥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가운데 박사급 연구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12%뿐이고, 전체 연구원 가운데 석·박사 비율은 23%에 불과하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연구 경향을 반영시킬 젊은 연구 인력 비중은 더더욱 낮아지고 있다. 2010년 초반에 중소기업 연구원의 70%를 차지하던 20~30대 연구원은 이제 50% 중반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20대 비중은 더 낮다. 14% 남짓이다.
전문연이 이 같은 한계와 문제점 개선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활동에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실제 전문연 제도는 젊은 연구원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에 일조하고 있다. 처음에는 병역을 대신해서 3년만 근무하겠다는 마음에 전문연으로 취업했다가 자신의 일에 매력을 느끼고 평생직장을 삼게 된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은 중소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문연은 중소기업 회사당 매출액 7억5700만원 증가에 기여하고, 1조3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4400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사의 경우에도 전문연이 R&D에서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문연이 중소벤처기업의 우수 연구 인력 확보와 경쟁력 제고에 긍정 효과가 매우 큰 만큼 앞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정책 추진을 계기로 중소기업의 우수 연구 인력 문제에 대해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적극 이어지기를 바란다. 중소·중견기업에 패기로 무장한 젊은 인재가 몰린다면 제2의 애플과 구글이 대한민국에서 탄생되는 것도 꿈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이예하 뷰노 대표이사 rim@vu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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