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 새판짜기가 시작됐다. 연말 정기인사와 조직 개편 작업으로 분주하다. 그룹별로 속속 새판 설계도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재계의 인사와 조직 개편은 언제나 높은 관심을 끈다. 그룹의 전략과 방향성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판 설계는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사람들의 변화도 뒤따른다. 새로 짠 판에서 주인공이 되는 사람이 떠오르는 반면에 새판에서 뒤로 물러나는 사람도 있다.
올해는 유독 새판을 짜기가 어려운 해로 꼽힐 것 같다. 미-중 무역 분쟁, 글로벌 경기 둔화, 일본의 수출 규제, 보호무역주의 강화, 불안한 중동 정세, 유가와 환율 불안정 등 외부 불확실성이 올해 너무나 많았다. 산업적으로는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이 기존 산업과 융·복합되면서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 이런 가운데 각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는 분야에 얼마나 힘을 줄지도 관심사다.
워낙 변수가 많으니 판을 짜는 게 쉽지 않다. 변화와 안정 가운데 어느 쪽을 선택할지, 적절한 조화로 가져갈지 그룹마다 해법이 다르다. 안정을 택하면 위기 상황에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변화를 택하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새로운 체제로의 과감한 변신으로 도약을 노릴 수 있다. 어느 방법이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판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결과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판으로 바뀌는 과정에는 위기와 기회가 함께 따라온다. 그리고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올해 각 그룹이 내놓을 새판의 설계도에서는 과연 누가 기회를 잡고 누가 어려움을 겪을지 주목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