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성공하는 이유는 결국 한 가지인 것 같아요.”
25~26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을 맞아 부산에 모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 유니콘 기업을 바라보며 한국의 한 창업자가 건넨 말이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기업 가치 10억달러를 넘긴 유니콘 기업의 창업자들은 하나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비결 아닌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도네시아의 전자상거래 기업 부칼라팍, 온·오프라인연계(O2O) 기업 고젝은 모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수만개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의 자연환경으로 인해 상거래에 어려움을 겪고,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 틀을 흔드는 혁신적인 발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흔히 부칼라팍을 인도네시아의 알리바바, 고젝을 인도네시아의 우버라 각각 이른다. 유니콘으로 성장한 이후 부칼라팍과 고젝의 행보는 놀랄 만큼이나 알리바바, 우버와 유사한 모습을 따르고 있다. 미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인들이 느끼는 불편이란 저마다 다르면서도 얼마간은 비슷할 수밖에 없기 따름이다.
한국 역시 사업 모델이 유사한 스타트업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공유차량이 인기를 끌자 어느새 서울 강남 테헤란로와 경기도 성남시 판교 등지는 공유 자전거, 공유 킥보드 등으로 뒤덮였다. 이제는 어떤 기업이 정말인지, 어떤 기업이 카피캣인지를 구분하기도 어려울 지경이 됐다. 과연 서비스에 진정한 고민이 있는지, 단순히 창업 생태계의 최신 유행을 따르는 것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불편을 해소하고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생각은 인류 모두가 느끼는 보편화된 감정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떠올리고 있는 생각에 혁신적인 특별함을 더할 때에야 비로소 빛날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를 유튜브 시대의 별로 길러 낸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부산에서 “좋은 콘텐츠란 지금 이 시대에 반드시 던져야 할 발언”이라면서 “우리만이 발견할 수 있는 보편성과 동시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도 콘텐츠와 마찬가지다. 보편성과 동시대성을 띠는 동시에 불편함을 해소하려는 시도야말로 우리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성공방정식이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