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화, 1990년대 PC와 인터넷, 2000년대 브로드밴드와의 만남은 정보고속도로의 선순환 체계를 빚어 냈다. 2010년대 모바일과 스마트폰, 2020년대의 5세대(5G)·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의 두물 머리는 초연결 지능의 강으로 도도히 흘러갈 것이다.
2030년대 이후는 6G·7G와 만물인터넷(IoE), 자율지능 알고리즘과 바이오·나노 기술 등에 의해 삼라만상이 깨어나는 초인지 공명의 바다로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만물지능 네트위킹이라는 보편화된 AI 생명체 우주가 위용을 드러내게 된다. 만물지능 네트워킹은 인간의 생활 세계를 구성하는 사람, 사물, 공간, 시스템에 자율형 AI가 고요하게 스며드는 세계다. 동시에 이들 구성 요소 AI 간 상호 접속과 운용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메타 AI 인프라다. 우리는 이러한 만물지능 네트워킹의 구체화된 모습을 자율주행차 생태계에서 찾을 수 있다.
자율주행차 생명은 차량 자체의 자율주행 기능은 물론 변화무쌍한 외부 환경과 정교하게 감응할 수 있는 공간 재창조 개념에 있다. 이에 따라 자율자동차는 개별 계통을 넘어 전체 계통과 실시간 피드백 및 동기화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완전 자율주행차는 단순히 초스마트 머신으로 완결되는 개별 계통 차원의 완성에 머무르지 않는다. 컴퓨터와 인터넷, 인터넷 생태계의 절묘한 만남이 없었다면 디지털 혁명은 융성하지 못했을 터다. 같은 맥락에서 고성능 자동차 각각은 경험 많은 인간 드라이버의 단순 대체에 불과하다.
자율주행 네이티브 시스템의 조건은 초인지 에지컴퓨팅 역량을 탑재한 도시 내 수만, 수십만대의 개별 자율주행차가 자율 협력하는 것이다. 또 실시간 연산 알고리즘 통신, 정밀지도, 교통 관제, 도로시설 등과 상호 연동도 긴요하다. 여기에 클라우드 AI에 의한 심층 분석력과 공명화가 따라 줘야 한다.
20세기 초 마차에서 자동차로의 전면 전환은 그때까지 이동 개념과 도시 공간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바꿨다. 21세기 자율주행차 시대는 지금까지 익숙한 자동차 소유와 서비스 개념을 사라지는 동시에 도로 시설과 관제, 주차관리 등 도시 공간 구조 근본을 재건축하게 될 것이다.
완전 자율주행차로의 대전환은 이미 '통제 불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위대한 기술 사상가인 케빈 켈리는 같은 이름의 책에서 네트워크와 인공생명, 진화를 기본 축으로 엮는 미래 인공생명 생태계를 다뤘다. 여기서 '통제 불능'은 기계와 생물이 함께 공진화하는 미래 시스템의 본질을 은유화한 표현이다.
켈리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나름의 생명력을 획득한 인공생명체(자율주행차)의 미래생태계(자율주행 중심 도시 구조)는 통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웅변한다. 완전 자율주행차는 자율 생명체로 인간과 공생을 추동하는 공동운명체라는 것이다.
자율주행 사회로의 대여정. 피하거나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거스를 수 없는 신기술의 근원과 관련된 게임 체인지라면, 더욱 현명한 대처와 준비가 필요하다. 자율주행 국가로의 담대한 설계력과 입체 전략에 의한 치밀한 리더십 및 대처가 불가결하다. 자칫하면 우리는 디지털 파괴적 혁신(digital transformation)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하원규 미래학자·디지털 토굴인 hawong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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