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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고 있는 기술 발전과 더불어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활용해 시장의 변혁을 이끌고자 하는 것은 단지 학계·산업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수많은 국가와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 분야에서도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회 혁신 및 지속 가능한 사회 영향력 확산을 위한 방향에서 디자인 싱킹을 전략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한 예로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는 지난해 싱가포르가 급성장한 배경에 디자인 싱킹이 있음을 공표하고, 공공기관에서부터 다양한 형태로 디자인 싱킹을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하나의 문화로 확산시켜 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필자가 디자인 싱킹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던 당시 불모지이던 공공 분야에서 디자인 싱킹에 도전해 온 몇 안 되는 사람들 가운데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수정 서기관이 있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 경제활성화 정책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김 서기관이 생각하는 디자인 싱킹을 소개한다.

최근 들어 AI 기술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AI시대를 대비해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노력해야 할 부분은 AI가 대체할 수 없거나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 육성과 AI가 빼앗아 갈 일자리를 대체할 새로운 일거리를 발굴하는 일이다.

디자인 싱킹은 사람 중심의 문제 해결 방식이다. 창의성 문제 발굴과 사용자 중심의 솔루션을 협업을 통해 찾아 가는 과정이야 말로 융합시대 인재의 핵심 역량이라고 본다. 디자인 싱킹 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디자인 싱킹이 공공과 민간 전 분야에서 더 효과 높은 문제 해결 역량이 돼 줄 것이라는 데 의심치 않는다.

특히 공공 관점에서 디자인 싱킹은 공급자뿐만 아니라 수요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한 예로 공급자에게 디자인 싱킹은 정책 방향 수립에서부터 다양한 공공 사업을 추진하는 데 접목할 수 있다. 예컨대 인재양성 정책을 수립하면서 어떠한 인재를 어떠한 프로그램을 통해 길러낼 것인지를 기획할 때 디자인 싱킹 요소를 필수 과정으로 포함시킴으로써 융합·협동·창의형 인재 양성의 성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수요자에게 디자인 싱킹은 정책 수립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가 많고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어려운 정책의 경우 디자인 싱킹 프로세스를 통해 국민과 국가를 위한 진정한 정책 판단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개방형 협업이다. 어떠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도 배제하고 서로간의 열린 마음으로 소통을 통해 근본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다 보면 최선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후 이행 단계에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에서는 더 나은 공공서비스, 공공 혁신을 위해 디자인 싱킹이 더욱 적극 활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히 정부 관료의 업무 방식에 대해 탁상공론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즉 현장의 답을 현장에서 찾지 않고 이론이나 상식을 토대로 추진하고자 하는 수동형의 정책 개발 행태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만일 모든 공공정책 수립에서 디자인 싱킹을 필수로 적용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업무 초기 단계부터 디자인 싱킹의 기본인 사람 중심 공감과 해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갖지 않을까.

이에 따라 디자인 싱킹이 공공 분야의 모든 업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공공 부문의 폐쇄 및 관료주의 성격의 문화를 깨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디자인 싱킹 퍼실리테이터(촉진가) 육성을 통해 이들이 실제 공공 부문의 혁신을 끌어내는 진정한 촉매자가 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 본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공기관 리더들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디자인 싱킹이 단순히 구호나 슬로건에 그칠 것이 아니라 AI와 함께 살아가야 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처하는 우리의 기본 역량을 길러 주는 유용한 방법론이 되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작은 것부터 디자인 싱킹을 해본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