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자동차 환경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내년을 기점으로 유럽 전기차·배터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독일 폭스바겐에 이어 미국 테슬라까지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을 확정했다. 한국산이 주도했던 유럽 배터리 시장에 중국 업체들까지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유럽의 배터리 시장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유럽 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 설립을 확정한 완성차·배터리 제조사가 기존 업체를 포함해 최소 10곳이다. 이들의 연간 생산규모는 90GW~100GW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배터리 용량 64㎾h)' 기준으로 전기차 약 14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배터리양이다.
지난 9월 폭스바겐그룹이 스웨덴의 배터리팩 업체인 노스볼트와 연간 16GW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 합작사를 설립한데 이어, 이달 12일 테슬라도 유럽에 첫 기가팩토리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인 중국 CATL과 중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인 비야디(BYD)는 이미 유럽 내 배터리 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여기에 파라시스(Farasis)와 S볼트 등 중국 신규 업체를 포함해 노르웨이 프라이어(FREYR)도 2023년까지 자국 내 연산 30GW 규모의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도 2020년까지 7.5GW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유럽에 구축한다.
지난 2018년 업계 최초로 유럽 내 대형 공장을 구축해 운영 중인 LG화학과 삼성SDI까지 합하면 유럽 내 GW급 대형 배터리 공장은 10곳에 달한다.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그동안 한국업체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중국 CATL·BYD 등 복수의 업체와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직접 생산이 느는 것도 중요한 변화로 꼽는다.
지금까지 유럽 시장은 우리나라 배터리 3사가 80% 이상 점유하고 있다. 2016년 당시 중대형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였던 일본 파나소닉이 테슬라 독점 공급에 집중하면서, 국내 3사의 시장 입지는 강화됐다. 하지만 향후 2~3년 후 시장 판도에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유럽 생산 공장 구축을 확정한 테슬라·BYD·CATL 등은 세계 최대 자동차 강국인 독일 안방에 배터리·전기차 생산기지를 마련했다. 반면 국산 배터리 3사는 자동차 제조국과 이동 거리가 먼 헝가리와 폴란드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복수의 신규 업체의 시장 참여로 국내 배터리 3사의 공급선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국내 3사도 유럽 내 생산캐파를 늘릴 예정이지만, 지리적 입지가 다소 불리하고, 가격경쟁력에서도 중국보다는 우위라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신차 당 이산화탄소(CO2) 배출 허용량을 기존 130g/km에서 내년부터 2022년까지 95g/km, 2023년부터는 62g/km까지 단계적으로 낮춰갈 방침이다.
【표】유럽 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 운영 및 계획 현황(자료: 업계/각사)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