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4월 산불이 발생한 강원 동해안 지역과 9월 태풍 피해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 지역에는 신속한 피해 복구와 지원, 지역주민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어져 피해로 인한 상처가 치유되고 있다.
국가에 중대한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은 인력 및 장비, 기관 특성의 시스템을 모두 가동시켜서 국민 안전을 담보하고 불편을 최소화한다. 여기에는 필자가 속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도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DUR는 의약품 처방·조제 시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 어린이·임신부가 먹으면 안 되는 약 등 의약품에 대한 안전 정보를 의·약사에게 제공해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해서 예방하는 서비스다. 요양기관과 실시간 정보 교류도 가능하다.
강원 지역에서 의약품을 장기 복용하는 환자들은 산불과 태풍으로 인해 의약품이 소실, 건강이 위협받을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따라 DUR를 관리·운영하는 직원들은 환자의 소실된 장기복용 의약품의 신속한 재처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알림을 공지하고 요양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의〃약사에게 재처방 및 조제 시 중복 약제 처방·조제로 발생하는 안내 팝업창에 대응하는 방법과 진료비 심사 시 불이익이 발생되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안내, 요양기관의 혼란과 절차상 불편도 예방할 수 있었다. 요양기관이나 환자 입장에서 큰 불편과 민원 없이 후속 조치도 이뤄질 수 있었다.
현장 실무자들은 처방·조제 시 요양기관에 의약품 안전정보 제공이라는 본 역할 수행에 그치지 않고 시스템 특성을 살려 국가 위기 상황에서 피해 주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공공서비스 역할 확대를 생각해 낸 것이다.
국가 위기 상황을 바라보며 소방관은 불을 끄고 군인은 땀 흘려 복구 작업에 임할 때 심평원은 시스템을 진화시켜 피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자는 아이디어로 시작된 행정서비스였다. 이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업무 영역을 확장해서 국민 편의와 안전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가시 성과뿐만 아니라 오로지 공익에 대한 사명감으로 자신들의 업무 및 전문성을 적극 활용코자 한 직원들의 태도가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DUR 시스템이 국민을 위해 진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다. 2016년에 시작한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는 DUR를 통해 수집된 의약품 복용 이력 데이터를 활용, 최근 1년 동안 개인별 투약 이력 및 알레르기 부작용 정보를 국민과 요양기관별로 특성에 맞춰 실시간 제공하는 대국민 맞춤형 서비스다.
환자는 DUR를 통해 축적된 처방〃조제 정보를 심평원 홈페이지 및 건강정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본인 인증을 거쳐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병원 진료 시 또는 개인 건강관리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등 해외 신종 감염병 발생 시 입국자 및 접촉자 정보 제공(요양기관), 여드름치료제 등 헌혈 금지 약물 복용자 정보 제공(대한적십자사), 백신 등 인체 조직 이식·분배 금지 의약품 복용 정보(인체조직은행) 등 유관 기관과의 협업·조정·창의성을 통해 탄생된 DUR 부가서비스가 국민 안전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를 적극 행정 제도화 원년으로 삼아 '적극 행정 운영 규정'을 제정했고, 인사혁신처 주관의 적극행정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 일하는 공직사회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제도 장치를 마련했다. 올해가 제도 지원을 등에 업고 깨어난 공직자들의 사명감과 책임의식으로 임하는 적극 행정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시발점이라 생각한다. 국가재난 상황에 생각해 낸 아이디어와 적극 자세처럼 공직자들이 담당하는 다양한 분야의 행정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적극 행정을 주도하는 이상형의 공직사회 모습을 기대해 본다.
김미정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관리실장 gusskim@hir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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