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8>국제표준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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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6년 동안 작업했습니다.” 경량 블록암호의 ISO/IEC 표준 제정에 성공한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연구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2025년까지 11조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사물인터넷(IoT) 시장 대부분의 서비스에 사용되는 경량암호알고리즘(LEA) 표준을 주도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이번 쾌거는 우리나라 보안기술 위상 증진은 물론 IoT 산업의 선도 기틀을 다진 괄목할 만한 성과다. 6년 동안 개발 및 표준 작업으로 소홀히 한 건강과 가족을 챙기고 다시 블록체인 분야의 보안 표준을 시작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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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네트워크, 자율자동차, 스마트팩토리, 디지털헬스 등 4차 산업혁명이 주도하는 모든 산업에 스마트센서 등 모바일 기기는 500억개 이상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디바이스 연계·식별·보안·관리·공유기술 등이 미래 산업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IoT 환경에서 기기의 상호 연결과 작동을 위한 국제표준화기구(ISO)/국제전기표준회의(IEC),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 등 국제기구 및 단체의 규약 제정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워낙 다양한 종류의 기기가 있고 기술이 표준 제정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어 국제표준은 더디게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우리나라 국제표준 제정 참여가 활기를 띠고 있다. ITU 전기통신표준화 그룹은 한국 주도로 개발한 양자암호통신, 지능형 자동차보안, 스마트그리드 권고안 등을 국제표준으로 채택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빅데이터 카탈로그를 위한 메타데이터 요구 사항 및 개념 모델을 국제표준으로 최종 승인했다. 스마트시티 표준화도 우리나라가 신남방정책 일환으로 아세안 국가들을 주도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는 분야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국제표준 선도는 특정 국가가 해당 분야에서 기술 우위에 있음을 의미한다. 경쟁 국가와의 표준 싸움에서 이겨야 하는 난제를 극복한 후에 달성되기 때문이다. LEA도 미국 경량암호인 'SIMON/SPEC'을 제치고 표준화에 성공했다. 물론 기술 우위성과 함께 표준전문가의 끊임없는 노력이 크게 기여한 것도 인정된다. 2000년대 초에 정보통신 분야 표준전문가 부족이 심각해 표준전문가 100인 양성정책을 추진하던 시절과는 크게 대비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표준전문가는 많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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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제정은 음식 재료를 준비한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요리를 해야 먹을 수 있다. IoT 시장에서 국제표준도 단순한 제정을 넘어 상품 또는 서비스 개발로 연계돼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국제표준기구 인증을 받은 'e-IoT 플랫폼'을 상용화하는 노력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국제표준 LEA 기반으로 3년 이내 5억개 이상 IoT 기기에 적용시키려는 시도가 기대된다.

표준 제정을 위한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다. 기술력, 외교력과 함께 정책 뒷받침이 동반돼야 한다. 지난날 각자 생산하고 유통하던 환경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IoT 환경에서 구매, 제조, 유통이 연계돼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 수준을 가늠하고 시장 경쟁을 선도할 수 있는 IoT 국제표준 경쟁에서 리더로 떠오르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정보통신 표준전문가를 양성하고, 제정된 표준이 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총성 없는 경제전쟁에서 승리하는 최선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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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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