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람 중심 인공지능과 혁신 성장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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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에는 인공지능(AI) 때문에 실업자가 크게 는다는데 어떻게 대비해야 하죠?”

필자가 종종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적어도 우리와 우리 아이가 살아 있는 동안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고 확신한다. 지난 200년 동안 인류는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경험하며 포크레인과 자동차처럼 인간의 근육을 증강하고 자동화함으로써 산업 생산성과 부가 가치 향상을 이뤄 왔다.

미국의 예를 들면 기술 혁신과 자동화를 통해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00년 전에 비해 7배 이상 증가했고, 생활은 그만큼 윤택해졌다. 각 산업혁명 초기에는 자동화를 통한 실업의 두려움으로 대규모 전국 파업도 있었지만 실제 자동화를 통해 실업률이 증가했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통계학상 실업률 증가의 주원인은 금융위기, 오일쇼크, 전쟁 등이었다.

인구 증가와 급격한 자동화에도 실업률이 증가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비결은 평균 근무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00년 전 60시간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현재는 33시간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마디로 기술 발전과 자동화를 통해 3배나 많은 인구가 몇 배나 더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도 일은 절반만 하게 됐다는 것이다.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지식 노동의 자동화라는 패러다임은 산업·경제·사회 등 전 부문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며, 피할 수 없는 변화의 물결을 만들고 있다.

특히 서구 선진국이 200년 동안 이뤄 온 성장을 단 50년 만에 따라잡은 대한민국에는 국가 차원의 파괴적 기술 혁신과 이에 기반을 둔 성장 전략이 저성장, 초고령화, 청년고용 등 문제를 개선할 유력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실제 최근 인공지능과 데이터 부문의 국내 연평균 성장률은 20% 이상으로 국가 경제 성장률의 10배에 이른다. 신생기업(스타트업) 창업과 대·중소 전체 기업의 고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훈련된 인력 부족으로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흔히 생각되는 것처럼 인간의 능력을 대체하기보다 인간의 지식 능력을 증강시키는 인간 중심의 지식증강(AI, Augmented Intelligence) 기술로 정의해야 한다. 과거의 근육 증강을 통한 자동화 기술이 수배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면 인간의 지식 노동을 자동화하는 인공지능 기술은 수십배의 생산성 혁신을 일궈 낼 수 있다.

또 대체로 작은 내수시장 규모에도 반도체, 인터넷, 5세대(5G) 이동통신 등 신기술에 대한 사회 수용력이 탁월한 데다 산업화 성공을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 온 대한민국에는 숙명과도 같은 기회일 것이다.

청와대를 방문한 손정희 회장의 'AI, AI, AI' 발언도 이와 맥을 함께하며, 올해 발표될 '인공지능 국가 비전'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정책국 신설도 이러한 국가 비전을 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택한 전략일 것이다.

현재 국내 AI 기술·산업계는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중국의 20분의 1 수준인 전문 인력 부족 문제, 턱없이 부족한 학습용 데이터와 AI 클라우드 인프라, 무엇보다 개선이 시급한 규제와 법제도 문제 등 어느 일방이 아닌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과 함께 정치권의 관심이 중요한 시기다.

국회에서 논의도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놓여 있는 주요 법률에 대한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이번 정부의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혁신성장은 과거의 일하는 방식과 생각의 방식을 모두 바꾸길 요구하게 될 것이다.

과거 100년이 그러했듯이 기술 혁신과 산업 발전은 42시간 주당 근무시간을 30시간 이하로 떨어뜨리며, 더 풍요롭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사람 중심 사회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내가 살아 있을 동안에 어렵더라도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세상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혼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tony@saltlux.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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