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산업·일반용 전기를 사용하는 기업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인정제도 시범사업'을 개시, 'RE100' 캠페인 참여 근거를 마련한다. 업계에서는 중소·중견기업 RE100 진입 장벽을 낮추고, 탄소배출권과 연계한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요구가 거세다.
4일 관련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이르면 연말께 '국내 1호 RE100 선언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RE100은 기업 소비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자발적 캠페인으로, 2014년 미국·유럽에서 시작됐다. 원자력, 석탄, 가스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기업이 RE100에 참여하는 이유는 △대외 이미지 제고 △기후환경 변화 대응 등 크게 두 가지다. 11월 기준 세계 RE100 캠페인에 참여한 기업은 애플, 구글, BMW, 코카콜라 등 207개사다. 국내는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을 인정받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RE100 참여 기업이 전무하다. 국내 1호 RE100 참여 기업 탄생에 관심이 쏠리는 까닭이다.
정부는 시범사업 이후 재생에너지 전력사용량 인증서(REGO)를 발급, 기업이 RE100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가 기업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을 대표로 입증, RE100 참여 길을 열어 주는 식이다. 인증서 발급은 △기존 전기요금에 추가 요금을 내는 녹색요금제 참여 △자가용 재생에너지발전 설비 구축 △재생에너지 발전소 지분 참여 △한국전력공사·발전사업자와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을 맺는 기업이 대상이다.
국내 기업은 RE100 참여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을 반기면서도 △중소·중견기업에 불리한 RE100 참여 조건 △탄소배출권 미연계 △녹색요금제 추과금 수준 등 세 가지 극복 과제를 제시했다.
기업이 RE100 참여를 인정받으려면 전기를 연간 0.1TWh 이상 써야 한다. 삼성, SK, LG, 포스코 등 대기업은 RE100 참여 조건을 충족시키지만 대다수 중소·중견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기업에 비례한 전기사용량을 참여 조건으로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RE100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은 신성이엔지를 제외하곤 전부 대기업이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9일 '재생에너지 100% 선언 RE Action'이라는 단체가 출범, 중소·중견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일본형 RE100'을 새로 정립한 첫 시도다. 연간 소비전력량이 1000㎾h 이상인 기업이 참여할 수 있으며, 이미 28개 기업이 참여를 선언했다.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을 탄소배출권 제도와 연계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잡음도 나온다. 국내 기업은 정부로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의무로 할당받는데 이를 초과하면 비용 부담이 따른다. 기업은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이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 같은 노력을 탄소배출권 부담 완화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산업부와 환경부 등 부처 간 합의가 관건이다.
적정한 녹색요금제 기준 마련도 극복 과제다. 기업이 지불한 추가 요금을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재투자, 에너지전환 정책·기후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것이 녹색요금제 도입의 취지다. 한전이 2012년 2월에 발간한 '전력산업 저탄소 녹색성장 추진비용에 대한 소비자 의식 및 지불의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기존 전기요금 17~21%를 추가로 낼 수 있다고 응답했다. 기업 부담과 도입 취지를 두루 감안해 요금 기준을 확정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녹색요금제 입찰에 따른 재생에너지 전기 제공량을 연 30TWh로 제한키로 했다.
에너지공단 관계자는 “30TWh 캡을 씌운 건 국내 재생에너지 총 발전량을 고려한 조치”라면서 “시범사업을 거쳐 녹색요금제 추가금 부과 기준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