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건강 프로그램 때문에 밥상이 수시로 바뀐다'는 우스개가 있다. 시간대를 불문하고 진료 과목별 의사가 나와서 건강 지식을 알려주는 '약방'은 '먹방'의 아성을 넘어선다.
어제는 하루 커피 2~3잔 정도는 괜찮다고 했다가 오늘은 매일 한잔을 마시면 심장에 무리가 간다며 마시지 말라고 한다. 또 눈 건강에 좋은 채소, 뼈에 좋은 음식, 노화를 막아 주는 주스 등 의사들이 소개하는 정보는 유익한 것도 많다. 그러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방송사의 편집과 몸값을 높이기 위한 의사의 쇼맨십이 결합되면서 방송에서 소개하는 건강 정보는 당장이라도 따르지 않으면 곧 심각한 병을 얻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런 정보가 매일 쏟아지다 보니 실천해야 할 운동과 먹어야 할 건강식이 너무나 많다.
종편 건강 프로그램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 가운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자신이 개발한 약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른바 '쇼닥터'가 논란이다. 쇼닥터 1세대로 꼽히는 서울 강남의 유명 한의원 원장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체질에 맞지 않은 약재를 잡으면 반대편 팔이 내려간다'는 주장을 하다 한의계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더니 이제는 중풍에 물파스가 좋다고 소개하면서 비판의 중심에 섰다.
건강 프로그램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활동이 활발한 한 전문의는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홈쇼핑에서 판매, 도마 위에 올랐다. 그가 꾸준히 방송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해 온 내용이 상품화되고, 직접 판매까지 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쇼닥터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인이 방송에 출연해서 의학 정보를 거짓 또는 과장해 제공하는 경우 최대 1년 자격정지 처분이 가능하다. 그러나 의사가 자격정지를 받은 것은 총 3건에 불과하다. 쇼닥터 문제는 시청자나 환자에게 혼란을 주는 동시에 의사 전체의 신뢰를 깨뜨리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