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VS ‘시크릿 슈퍼스타’, 닮은 듯 다른 두 영화

여성, 그 중에서도 모녀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편의 영화가 지난 주 동시 개봉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 속 캐릭터가 처한 환경이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과 결말에는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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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시크릿 슈퍼스타' 두 편의 영화가 지난주 나란히 개봉했다. 두 영화 모두 모녀를 중심으로 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사 NEW)

◇ 두 영화 속 여성들의 현실

<82년생 김지영>

대한민국에서 1982년생 태어난 김지영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을 대변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견뎌야 하고 고정된 성 역할을 강요하는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태어날 때부터 윗세대의 전유물인 남아선호사상에 시달리고 학창시절에는 여성스러움을 강요받는다.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취업에 성공해 잠시나마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만 결혼과 출산 앞에 경력은 단절되고 독박 육아와 집안 살림만이 남게 된다.

<시크릿 슈퍼스타>
전 세계에서 여성 인권이 가장 열악하기로 소문난 인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인만큼 우리의 시각에서는 선뜻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82년생 김지영’의 배경인 1980년대 대한민국 보다 못한 인도 여성들의 현재 사회적 지위를 엿볼 수 있다.

툭하면 손찌검을 하는 폭력적인 남편, 아들과 딸을 대놓고 차별하는 부모, 심지어 여성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그런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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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82년생 김지영’은 여성들이 겪어온 혹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나열하고 그에 대해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강조하고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이에 성별과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할머니, 어머니, 누나, 아내, 딸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공감한다.

반면, ‘시크릿 슈퍼스타’는 여성 인권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음악을 좋아하고 자신의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15살 소녀의 꿈은 아빠의 말 한마디에 산산조각이 난다.

이를 지켜보는 보는 엄마는 힘없는 여성으로 치부되고 무력하기만 하다.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고 그리고 폭력성마저 자연스럽게 정당화 시키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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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크릿 슈퍼스타' 스틸 컷. (사진 제공 = 영화사 NEW)

◇ 결말과 해석

두 영화의 소재와 주제는 매우 흡사하다. 여성을 주체로 그들의 삶과 꿈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론과 제시하는 방향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82년생 김지영’이 성별을 나누지 않고 모두의 공감을 얻어내며 성별·세대 간의 화합을 도모하려는 시도를 하는데 반해 ‘시크릿 슈퍼스타’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엄마의 희생으로 15살 소녀의 꿈이 이루어진다는 그럴싸한 클리셰로 포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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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크릿 슈퍼스타' 스틸 컷. (사진 제공 = 영화사 NEW)

두 영화를 보고 나면 한국과 인도 양국 간의 정서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의 온도차가 확연히 느껴진다. 각 국가가 처한 특성과 상황이 다르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으나 여성 인식에 대한 세계적 트렌드는 명확해 보인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영화계에서도 영화 속에 비춰지는 여성의 모습에 대해 변화와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사회에서 여성들의 인권보장과 지위향상은 선택이 아닌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필수사항이라는 것에 전 세계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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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82년생 김지영' 리뷰 포스터.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82년생 김지영’과 ‘시크릿 슈퍼스타’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다. 영화의 재미적·가치적 측면에서 어떤 작품이 더 낫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추구하는 바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다른 두 작품을 통해 비슷한 소재를 두고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있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전자신문 컬처B팀 김승진 기자 (sjk87@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