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1년...고객 갑질 사각지대 여전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시행 1년이 지났지만 국내 770만 감정노동자가 여전히 갑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관련법을 강화해 대응 매뉴얼을 만들고 스트레스 증가 방지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감정노동연구원(원장 박종태)은 작년 11월부터 지난 1년간 업종별 3000여명 고객응대근로자 대상 감정노동 수준 진단결과 상당수 감정노동자가 고객으로부터 폭언·성희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해 4월 17일 산업안전보건법상 감정노동 관련 사업주 의무사항이 신설돼 10월 18일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고객 폭언 등으로 인한 고객응대근로자 건강장해 예방에 관한 사업주 의무도 신설됐다.

'폭언 예방을 위한 필요조치' '고객응대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등 조치해야 한다. 또 고객응대근로자가 필요한 조치를 요구했을 때 해당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위반 시 사업주에게는 최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시행령·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국내 전 사업장에 시행 돼 감정노동자의 고통을 방치한 사업주는 중징계를 피할 수 없다. 사업주는 감정노동자 스트레스를 실시간 확인·관리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만 한다.

실태조사 결과 개정안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전국 44만명 콜센터 상담원을 비롯해 백화점·대형마트 판매원, 승무원, 검침원 등 국내 770만 감정노동자가 여전히 언어적·신체적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15일 국정감사에서는 지난 1년간 신고건수는 9건, 과태료 부과는 2건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박종태 원장은 “상당수 기업은 법시행이 된 것 조차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회사 이미지 훼손이 두려워 고객에게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기업문화가 조성되지 않았다. 서비스산업이 긴 시간에 걸쳐 성숙해온 유럽, 북미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정노동자가 폭언 피해를 당하고 회사에 신고하면 관리자는 '당신이 잘못 없다는 것 알고 있으니 참아달라'는 식으로 달랜다”면서 “회사차원의 대응보다는 감정노동자 스스로 알아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폭언, 폭행, 성희롱으로 받은 스트레스는 업무효율을 낮추고 실적하락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된다. 방치 시 이직, 자살 등 감정노동자 피해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원장은 “감정노동자 피해 사례는 대면·비대면을 불문하고 증가 추세다. 사후대처보다 사고예방·보호관리 중심 대응이 시급하다”면서 “감정노동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마련하고 실시간으로 받는 스트레스 수치를 정량화해 즉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콜센터 상담원에게 욕설·성희롱을 하면 매뉴얼에 따라 전담부서가 자동으로 전화를 넘겨받고 관리자나 상담원이 문제발언에 대해 고소·고발할 수 있음을 통지해야한다”면서 “관련법을 강화해 폭언 피해, 스트레스 증가 방지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고 노동자 인권을 중시하는 사회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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