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열린 면세산업 세미나에서 기획재정부 관계자가 한 가지를 당부했다. 다가오는 시내면세점 입찰에 단 한 곳도 참가하지 않더라도 이를 정책 실패로 바라보지 말아 달라는 것. 진입장벽을 낮춰 특혜 소지를 줄이고 경쟁 여건을 조성했다는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출혈경쟁 우려로 입찰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업계 분위기를 의식한 발언이다. 그 대신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퇴출을 담보,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특허수수료 제도도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 기존의 0.05%이던 특허수수료율은 2017년 관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매출 규모의 0.1~1.0%로 최대 20배 상승했다. 그 사이 46억원이던 특허수수료는 지난해 1031억원까지 치솟았다.
면세점이 특혜 산업이라는 인식이 작용했다. 특허권 자체가 정부가 민간기업에 독과점 지위를 보장해 주는 특혜 성격을 띠는 만큼 수수료를 통해 이익분을 환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젠 상황이 변했다. 시장이 일정 조건만 충족시키면 특허를 발급한다. 진입을 원하는 기업은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다. 특허수수료가 '독점적 권리에 대한 반대급부'라는 논리도 자연스럽게 힘을 잃었다.
시내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소리는 옛말이다. 대기업인 한화마저 출혈경쟁으로 인한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면세점 사업은 더 이상 특허 부여만으로 초과이익이 보장되는 사업이 아니다. 지금 특허수수료는 수수료보단 독점 권한을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에 따른 설권료로 보는 게 타당하다. 독점적 권한을 줄이겠다면 특허수수료도 경감해야 하는 것이 옳다. 행정관청의 재량으로 치부하기엔 기업 부담이 크다.
경쟁을 촉진시켜서 더 투명한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된다. 면세 시장의 폐쇄된 정책은 청와대가 특혜를 줬다는 '최순실 게이트'와 이어져서 산업 전체가 매도되는 아픔을 겪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특허수수료도 바뀌어야 한다. 특혜 소지를 없애겠다면서 특혜 대가를 그대로 요구한다면 모순이다. 이미 법인세를 내고 있는데 과도한 특허수수료를 이중으로 부담한다는 업계의 성토를 그저 불만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