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이 기업에 내준 대출 가운데 부동산 담보 대출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생산이나 고용 창출을 위한 대출보다 부동산을 통한 '안전 영업'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각 은행 대출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동산 담보 대출이 총 469조원으로 기업 대출의 52.1%를 차지했다.
국내 14개 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총 900조5000억원이었다. 자료를 제출한 은행은 국민·신한·우리·하나·SC제일·씨티은행 등 6개 시중은행과 농협·수협은행 등 2개 특수은행, 대구·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이다.
최근 5년 사이에 기업대출 중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은 10%가량 늘었다. 2015년 42.9%에서 2016년 45.9%, 2017년 48.5%으로 오른데 이어 지난해 51.1%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
기업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급격히 떨어졌다. 2015년 전체 기업대출 770조원 가운데 신용대출은 333조원으로 약 43.2%였으나 이후 계속 하락했다. 지난해 35.2%로 내려앉더니 올해 6월말은 전체 900조원 가운데 309조원으로 비중이 34.3%로 낮아졌다.
기업 신용대출마저도 대기업은 60%가 넘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은행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에게는 신용보다는 담보 위주 대출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재호 의원은 “전체 부동산 담보대출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은행이 안전한 영업만 하고 있다”며 “기업대출은 생산유발, 일자리창출, 신기술 투자 등에 쓰이는데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신기술을 가진 신흥 기업의 등장은 어렵고, 기업도 대출을 받기 위해 생산유발 투자보다는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은행대출의 심각한 부동산 편중을 개선하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기업대출 현황(단위 : 백만원, 은행계정 원화대출금 기준)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