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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

지상파방송채널(KBS, MBC, SBS 등)이 나오지 않는 유료방송(케이블TV, 위성방송, IPTV)은 경쟁력이 있을까? 유료방송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지상파방송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산요소다. 지상파방송은 반드시 '이용'돼야 한다. 지상파방송의 이용에는 대가가 수반된다. 이 대가를 '재송신료'라고 부른다.

유료방송사업자와 지상파방송사가 원하는 재송신료가 서로 다른 것은 자연스럽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보다 저렴하게 지상파방송을 이용하길 원하고, 지상파사업자는 보다 비싸게 재송신료를 받길 원한다. 협상을 통해 차이를 줄여나가지만, 간극을 극복하지 못하면 소송전이 벌어진다. 그러면 법원은 지상파 재송신 분쟁의 궁극적인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분쟁의 핵심쟁점인 재송신료 산정기준을 가입자당 280원(소위 'CPS' 기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므로 이제 재송신 분쟁은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 판결은 5~6년 전 손해의 배상기준에 대한 판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재송신료 분쟁은 과거의 다툼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에 얽매이지 않는다. 특히 재송신료의 적정성은 법원이 전문성을 갖는 '법리' 문제가 아니라 '합리'의 영역이다.

소송의 한계를 대신할 수 있는 방안으로 '방송분쟁조정제도'를 고려해야 한다. 지상파 재송신 분쟁의 핵심은 적정한 재송신료이고, 적정한 재송신료는 양보와 타협으로 합의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명확한 판단 기준과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분쟁 환경과 원인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는 융통성과 유연성이 확보돼야 한다.

신속한 해결을 통해 시청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분쟁 당사자간 정보력·경제력·협상력 격차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소송으로 인한 사업자간 신뢰관계의 훼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요청에는 소송절차보다 분쟁조정제도가 더 적합하다.

실제 방송분쟁조정제도 활용률은 상당히 저조하다. 그 이유는 당사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분쟁조정안이 제시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조정결과가 만족스럽더라도 다른 사업자의 유사·동종 협상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사업자 일부는 규제를 통한 분쟁해결을 원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자율적인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하기 때문에, 규제와 자율적인 협상의 중간에 끼여 있는 분쟁조정제도는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분쟁조정제도 자체의 한계로서 당사자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언제든 분쟁조정절차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점도 한 몫 한다.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아무런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방송분쟁조정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연계의 강화'이다. 방송분쟁조정 대상은 사실 방송법상 금지행위 규제대상이기도 하다. 분쟁 사안의 경중이나 양태에 따라 금지행위 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정이 성립되고 합의사항이 이행될 때 방송법상 규제를 면제한다는 인센티브가 부여된다면 적극적으로 분쟁조정절차를 활용할 것이다.

법원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방송분쟁조정위원회가 법원의 조정위원 역할을 하며 소송절차에 관여하면 방송분쟁조정위원회 신뢰와 권위가 높아질 수 있다. 법원에서 방송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 회부를 많이 하면 분쟁조정기관을 먼저 찾는 횟수도 늘어갈 것이다.

여기에 재송신료 전문 감정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전문성도 갖출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방송분쟁조정위원회에 전문가 감정을 의뢰하게 될 것이다. 법원은 그 감정결과를 상당부분 존중할 것이다.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분쟁조정위원회의 위상을 인정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방송분쟁조정위원 전문성과 그 수를 늘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담 사무조직 설치가 필요하다.

김태오 창원대 법학과 교수 tostyle@ch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