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에게 듣는다]김헌영 대교협회장, "대학과 지역, 산학협력으로 연결돼야...선순환 생태계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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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영 대교협회장

“대학과 지역은 반드시 산학협력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대학은 기업에 기술이전을 하면서 지역 사회 발전을 주도해야 합니다.”

서울 금천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만난 김헌영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강원대 총장)은 “과거 산학협력은 주로 대학 내 기술이전이나 창업보육센터 운영 등 일방적이고 단기적인 사업에 그쳤다”며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오늘날 산학협력은 대학과 산업체뿐만 아니라 지역사회를 모두 포함한 개념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교협은 대학 교육과 운영을 연구·지원하는 곳으로 200개 대학이 회원사로 있다.

김 회장은 “일본과의 소재부품 갈등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기업은 원천기술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기업은 기술력을 갖고, 교수진은 산업 속도를 따라가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으로부터 국내 대학의 산학협력·경쟁력 강화 방안과 강원대 발전 계획 등을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산학협력의 지향점은 무엇인가.

▲대학은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지자체나 산업체, 연구소를 찾는 협력관계를 맺을 수 있다. 나아가 대학 내에 기업체와 연구소를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기업은 이를 통해 연구인력 등 대학 자원을 공유하며 발전할 수 있다. 대학은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강원도의 경우 노동시장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청년층 인구의 유출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산학협력도 지역의 청년인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지역정착을 위한 주거, 복지 등 청년대책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강원대는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서 1000여명 전임교원, 수천명에 달하는 석·박사급 연구인력과 원천기술,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를 활용해 지역과 함께하는 '오픈 캠퍼스' 전략을 기반으로 대학, 지자체, 기업, 연구소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강원대가 추진하는 '캠퍼스 산학단지' 내에는 캠퍼스 혁신파크를 비롯해 신기술 창업 집적지역, KNU 스타트업 큐브, 산학융합원 등이 위치해 융합형 첨단산업 분야 창업과 협업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입주기업도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한 세제 혜택부터 대학의 원천기술 개발, 우수인력 지원 등 지속성장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대학 밖의 아이디어가 대학 내로 들어오면서 가치있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총장으로 재직 중인 강원대가 산학협력의 대표 사업인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 향후 계획은.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은 강원대의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라 캠퍼스 유휴부지(6만6500㎡)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대학의 자원을 지역과 공유하는 '랩 투 시티(Lab-to-City)'를 구현해 지역 혁신과 포용성장을 선도하는 대학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사업은 1단계 '플랫폼 혁신센터' 구축에 476억원, 2단계 사업에 823억원 등 앞으로 6년간 1299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바이오(BT), 정보통신(IT), 문화콘텐츠(CT) 등 첨단산업 기업과 창업지원기관 총 300여곳을 유치한다. 17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사전 설문조사를 9차례 실시한 결과(대학 창업보육센터 기업 114개사, 산학협력 우수교원 120명, 창업강좌 수강생 479명 대상) 총 303개 기업이 입주를 희망해 입주 수요는 충분하다. 플랫폼 혁신센터 내 기업입주공간에 우수기업을 선별해 100개 업체를 우선 유치할 예정이다. 혁신파크 단계별 사업을 추진하며 입주기업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이다.

향후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의 조기 성과 달성을 위해 기업 발굴·유치를 위한 전담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입주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제공하기 위한 LINC+사업, 창업지원단, 메이커스페이스 사업 등 정부 지원사업과 연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기업, 학생, 지역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인가.

▲기업은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해 기술개발 및 사업화 등에 나설 수 있다. 대학과 도심에 인접한 거리적 장점이 있어 인턴십, 현장실습, 창업동아리 운영, 창업멘토링 교육 시에 학생들과 활발한 교류를 추진할 수 있다.

학생은 맞춤형 교육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배울 수 있고, 기업에서 운영하는 취·창업 프로그램이나 기업설명회 등에 참여하거나 입주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나 '학생-교수-기업-지역'상생의 새로운 협업모델을 만들 것이다.

캠퍼스 혁신파크의 일자리와 수익은 지역사회 소득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젊은이가 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 청년인재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 경쟁력을 키워 강원도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할 것이다.

협력업체 신규채용을 통한 간접고용 인원도 늘어나고 산학단지 주변에는 주거·문화·복지시설이 대폭 확충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동인구가 증가하고 식당·상가 거리 곳곳마다 활기가 넘칠 것이다.

강원대가 학생의 정주여건 개선뿐 아니라 인근 상권의 활성화와 직간접 고용창출로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중동부권 최대의 미래첨단산업 혁신단지로 도약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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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영 대교협회장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시대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인재 육성을 위한 대학의 역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를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현재 사회의 변화 속도는 10년 앞을 내다보기 힘들만큼 빠르다.

핵심은 있다. 바로 '융합'과 '공유'다. 첨단기술 자체의 발전과 함께 어떤 콘텐츠를 창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빅데이터와 로봇 기술을 도입해 방대한 질병 연구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초정밀 수술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자율주행차나 드론부터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이제 세상은 한 가지 분야만 깊게 파고드는 '전문 기술자'가 아닌 경계를 허물고 다방면의 전문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 첨단기술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 대학도 기존 질서와 법칙을 깨는 창의적 인재,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개방적 인재를 키워야 한다.

사회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는 아직도 미흡하다. 예를 들어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스타트업 기업이 불과 2~3년 만에 기존의 최고 기업이었던 GM이나 힐튼호텔보다 기업가치가 높아질 정도로 엄청난 변화의 속도로 사회가 변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대학 교육은 어떻게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갈 것인가'란 고민과 과감한 혁신이 요구된다. 우수한 교수와 학생이 취업이라는 목표만 좇기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가도록 도와야 한다.

평생 교육이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만 이뤄져서는 안 된다. 대학의 전공 과정이 변화해야 한다. 4년제 과정에 갇혀있을 필요가 없다. 단기 코스 과정이 많이 생겨야 한다. 기계과 내에서도 예를 들어 6개월 보일러 과정, 10개월 전기자동차 과정 등이 만들어질 수 있다. 보일러 과정을 들은 학생이 졸업한 뒤 관련 기업에서 일하다가 직종 변경을 원한다면 대학에 돌아와 전기 자동차 코스를 들을 수 있다. 그러면 재취업이 쉬워진다. 대학에서 배우는 학문이 취업과 바로 연결된다.

-강원대는 새로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강원대는 시대 흐름에 맞는 유연한 학사 생태계를 구축 중이다. 대표적으로 자유전공학부 및 미래융합가상학과 도입, 연계전공 확대 등 기존 학문 간 경계를 허물고 특성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래융합가상학과가 인기를 얻고 있다. 교수 3명이 모여서 새로운 학과를 만들 수 있다. 그야말로 융합을 위한 학과다. 미래융합가상학과는 기존 전공 교육과정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모듈형 전공 교육과정이다. 학생은 현재 복수전공, 부전공으로 미래융합가상학과를 들을 수 있다.

설치된 전공으로는 △데이터 수집, 저장, 분석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이터사이언스학과(춘천)' △첨단 테크놀러지와 전문적인 무대미술 창작과정을 교육하는 '아트앤테크놀러지학과(춘천)' △인문학과 예술의 치유적 힘을 활용하는 '인문예술치료학과(춘천)' △피부, 헤어, 메이크업 등 화장품 제조기술을 교육하는 '화장품과학과(춘천)' △유리와 세라믹스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유리세라믹스융합학과(삼척)' △창업분야 비즈니스맨 양성을 위한 '창업학과(삼척)' 등이다.

가령 미래융합가상학과인 화장품과학과를 부·복수전공으로 이수할 경우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화장품 제조에 필요한 이론과 실습을 배우고 화장품 업계에서 요구하는 실무능력을 습득해 졸업 후 해당업계에 진출할 때 경쟁력을 가진다. 공학을 전공한 학생이라면 화장품 관련 산학·연구개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다. 기업은 대학에서 기초적인 실무지식을 갖추면서도 전공 분야별로 학문적 이론과 경험을 갈고닦은 융합형 인재를 채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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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교육 분야뿐 아니라 경제, 문화 분야 등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지방인재들이 대학 입학부터 대도시로 가는 것은 거기에 양질의 일자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없으면 학생도, 인재도 머무르지 않는다. 다른 한편으로 인재가 없으면 지역산업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대학과 지역의 발전은 서로 맞물려 있다.

당장 2024년이면 대학에 입학할 학생은 12만4000명이 부족한 현실에 직면한다. 대학 자체의 생존을 떠나 이미 대학 없는 지역발전 전략이나 정책이 불가능해지는 시대다. 대학과 지자체가 상호 간의 발전을 위해 공동 운명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 국가와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지자체와 협력하여 지역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국가의 전폭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서울·수도권은 교육연구중심대학으로, 지역대학은 특성화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와 연계·협력하는 대학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도권 대학의 우수한 교수진을 통한 석학양성 등을 통해 세계 수준 대학을 육성한다. 지역대학은 지자체 및 기업체, 군부대 등 지역사회와 협력해 지역경제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 국가와 지역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대학이 과거 교육·연구기능에 국한됐던 역할을 넘어 경제·사회 가치 창출을 포함한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해야 대학과 지역사회, 국가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 국가 미래를 위한 정책적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지자체의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호응이 필요하다.

○김헌영 회장은...

서울대에서 기계설계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강원대 교수로 부임한 뒤 강원의료융합인재양성센터장, 기획처장, 의료기기연구소장, 아이디어팩토리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2016년 6월 강원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강원지역대학 총장협의회 회장, 국립대학 육성방안 TF 위원장 등을 거쳤다.

지난 4월 8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으로 취임했다. 대교협 대학입학전형위원회 위원과 대교협 이사를 역임했다.

대담:이호준 전자신문 정치정책부장

정리=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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