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66>특허박스제도 도입 적극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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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규제 샌드박스제도가 활발하게 운영되면서 혁신지원제도 기능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는 각각 핀테크·금융,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융합, 지역 전략 산업에 관한 규제 샌드박스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샌드박스'라는 용어는 아이들의 모래놀이터에서 유래했다. 이 모래놀이터처럼 기존 시장에 없는 새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려 할 때 일정 정도 규제를 유예해 줌으로써 시장에서 테스트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기술 혁신과 창업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관점에서 혁신지원제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규제 샌드박스만큼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일견 유사한 명칭의 혁신 지원 제도가 있다. 실상 20대 국회에서도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으로 몇 차례 추진된 바 있는 특허박스제도다. 이것은 특허권 같은 지식재산을 이용해 생산한 재화나 용역을 판매해서 발생한 소득의 일정 부분을 세액 감면해 줌으로써 지식재산 창출과 활용을 촉진하고, 나아가 외국 기업의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는 목적을 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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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조세특례제한법은 특허 등을 이전하거나 대여해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소득세나 법인세를 일부 감면해 주는 특례를 두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기에 특허 등을 사업화해서 발생한 소득에 대한 법인세 감면을 추가하고자 했다.

단지 법률 개정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은 데는 이 제도의 실효성을 보는 정부와 전문가 시각차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재정 당국의 경우 이 제도가 적용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세수 감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실제 사용 여부를 검증해야 하는 행정비용이나 그 과정에서 자칫 조세 특례가 남용될 여지는 없는지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여러 유럽 국가에서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배경은 긍정 기능이 많기 때문이다. 규제 샌드박스제도가 규제 유예를 통해 신제품과 서비스 시장 테스트를 허용하는 것처럼 특허박스제도를 적어도 시범으로라도 적용해 우리 산업에서 기능하는지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에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대기업에 제도 혜택이 쏠리지 않고 운영비용의 예측가능한 범위 안에서 이 제도의 시범 운영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일본의 수출 규제를 계기로 재인식된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전략 기술·산업 분야에 특정한 적용을 고려할 수도 있다. 현재 본격 추진되고 있는 소부장 지원 정책 효과를 배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올해보다 17.3% 증액해 24조874억원 규모로 편성된 정부 연구개발(R&D) 사업의 효과 제고 측면에서도 이 제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허박스가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는 연구개발(R&D)에 긍정 유인책으로 기능할 수 있는 탓이다.

어느 제도든 시행 전에 그 효과와 한계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기술 개발과 연계된 혁신지원제도의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클 수밖에 없고, 그만큼 판단은 쉽지 않다. 단지 모든 가능성을 짚어 완벽하게 기획한 후 제도를 전면 적용하는 방법 대신 '시범 적용-보완-재적용'하는 애자일 방식의 정책 추진이 필요할 때도 있다. 24조원 규모의 정부 R&D 예산 투입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소부장을 통해 우리 산업 혁신 역량이 부족함을 확인했다. 게다가 전략과 한시 적용을 염두에 둔다면 특허박스제도는 분명 장점이 있다고 확신한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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