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과천과학관에서는 제2회 지식재산의 날을 맞아 기념식이 열렸다. 이날 기념식은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주최한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물론 기획재정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부, 특허청 등 주요 정부 부처가 모두 참여한 범정부 차원의 행사로 치러졌다.
두 해째를 맞는 길지 않은 연혁에는 사연이 좀 있다. 시간을 거슬러 지식재산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처음 시작된 때는 2005년 즈음이었다. 일본과의 무역 분쟁이 현재진행형이란 점에서 다소 공교롭기는 하지만 2003년 일본이 관련 법령을 정비한 점도 이 같은 관심을 분발시킨 것 같다.
그러나 정작 법 제정을 위한 여러 노력이 결실을 맺은 때는 2011년 4월이었고, 고려시대에 만든 현존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인쇄본인 '직지심체요절'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9월 4일을 지금의 지식재산의 날로 정한 때는 2017년 12월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특허 건수 기준으로는 세계 4위의 강국이지만 지식재산의 날 연혁이 짧은 데는 이 같은 숨은 노력과 사연이 있다. 그런 만큼 두 번째 지식재산의 날을 맞아 우리가 상기해야 할 것이 있다.
그 가운데 첫 번째는 지식재산의 날에서 우리가 찾는 의미다. 어떤 사람은 9월 4일로 정한 지식재산의 날 그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하다. 원래 세계지식재산의 날과 동일한 4월 26일로 제안됐다가 '직지'의 상징성을 빌어 이날로 정한 것이지 않으냐는 것이다.
그러나 직지가 대변하는 다른 한 가지가 있다. 지금 직지는 우리 손이 아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다는 점이다. 알려진 주장이 맞다면 직지는 구한말 어느 외국인 수집가에게 팔려 그 먼 곳에 맡겨진 셈이다. 9월 4일은 우리에게 지난날 우리의 무관심을 상기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처한 지금 상황과 닮은 점은 아닌지 묻고 있기도 하다.
두 번째 상기할 것은 우리의 반성이다. 2005년 당시 기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 것에는 우리가 '두뇌재산'을 중시하는 한편 법과 정부 조직을 정비하고 분발하지 않으면 산업 경쟁력을 하루아침에 잃어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절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 주력 산업의 핵심 소재·부품 원천 기술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보면서 그동안 우리의 노력이 충분했는가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에 바라고 싶은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 이왕 직지를 표상 삼아 이날로 정한 만큼 이제 진정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자리매김해 줬으면 한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차원의 문화와 시민의식으로 넓혔으면 한다. 산업정책과 중소기업정책에 녹이고 이해상충과 걸림돌을 찾아 해소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인지하고 함께하는 그런 날이 될 때 이날의 진정한 의미가 더 살아날 수 있다.
둘째는 지식재산권(IP) 정책과 연구개발(R&D)을 씨줄·날줄로 엮어서 짜 나가는 것이다. R&D와 IP 전략이 따로 갈 수는 없다. 원천 기술 확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리 특허에 문제가 있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년도 정부 R&D 예산이 올해보다 17.3%(3조6000억원) 늘여 24조874억원으로 편성한 것은 뫼비우스 띠의 한쪽 끝일 뿐이다. 원천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다른 한쪽 끝을 잇는 고리는 IP일 수밖에 없다. 정부의 IP 정책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이만큼 함께 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지난 2005년 지식재산 강국을 꿈꾸며 모여든 많은 이들과 2017년에 굳이 직지를 떠올리면서 9월 4일에 의미를 두려 한 이유가 어느 해보다 확연히 다가오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 지식재산의 날 의미를 다시 되새겨봐야 할 때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