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자체 바이오 인프라 유치는 트렌드를 좇는 근시안적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철저히 옥석을 가려 지원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재태 경북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활발히 진행되는 바이오·헬스 클러스터를 비롯한 인프라 유치 움직임을 우려했다. 그는 2015년부터 3년간 바이오·헬스 클러스터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클러스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지자체 움직임은 유행을 따르는 것으로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현재 지역 바이오 붐은 바이오·헬스라는 유망한 산업 성장 흐름 속에 치적을 위한 도구로 밖에 이용하지 않는다”면서 “국가와 지자체가 가야 하는 방향에서 바이오가 반드시 필요하고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이유가 예산이다. 수도권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자체는 중앙정부 예산에 의존해 발전전략을 수립한다. 자체 확보한 예산은 거의 없거나 소수에 불과한데 집적단지 조성이나 예비타당성 조사 규모 사업을 기획 중이다.
중앙정부 예산 확보 경쟁이 아니라 바이오로 먹고 살 지자체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제시한 전략과 비전을 검증하는 것도 중요한데, 정부가 국가 바이오·헬스 클러스터 전략을 명확히 수립해 지원 대상과 범위를 수립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의 문제점은 정권에 따라 정책과 기조가 너무 쉽게 바뀌는 것”이라면서 “정권 리스크가 있다 보니 투자 대상과 범위 변동이 심하고, 클러스터 역시 관심이 너무나 쉽게 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운영 중인 오송, 대구경북 첨복단지를 비롯해 지자체가 구축 중인 클러스터도 중앙정부가 예산과 정책에 따라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면서 “한 곳의 클러스터가 모든 것을 다하기보다는 특화된 전략과 지원 방안을 세워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가 설립한 오송, 대구경북첨복단지도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중앙정부에 의존해 운영하기보다는 기술수출, 컨설팅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발굴해 자생적 생태계 조성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도 클러스터 자생모델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동의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바이오·헬스산업은 역사가 짧은 데다 산업 생태계와 다름없는 클러스터는 걸음마 단계여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기술을 가진 대학이나 병원, 연구기관 역량이 중요한데, 아직 우리나라는 산업적 측면에서 부족한 것이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정부 도움 없이 자생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정부가 일관되고 장기적인 클러스터 전략을 수립해 지원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성공 모델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