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은 인터넷 생태계 '힘의 질서'가 깨지기 시작한 해다. 그 이전까지 생태계에서 통신사는 '절대권력'이었다. 대적자가 없었다.
인터넷 품질이 비포장도로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 위를 달리는 콘텐츠는 볼품이 없었다. 콘텐츠 사업자가 성장할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해 아이폰이 등장하고 상황이 바뀌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통신사는 콘텐츠 주도권을 잃었다. 그전까지 통신사가 휴대폰으로 제공하던 조악한 콘텐츠는 자취를 감췄다. 통신사는 콘텐츠를 통제할 수 없었고, 단순한 '전송 파이프'로 전락했다.
우수한 콘텐츠 사업자가 속속 등장하면서 통신사에 가입자와 이익을 가져다줬다. 이 점에 대해 통신사는 고마워해야 한다.
콘텐츠 사업자는 계속 힘을 길렀다. '승자독식' 플랫폼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 콘텐츠 사업자가 엄청난 힘을 얻었다. 일부 콘텐츠 사업자는 통신사 절대권력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를 대체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세계적으로 플랫폼을 장악한 일부 콘텐츠 사업자 이야기일 뿐이다. 대부분 통신사가 힘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힘의 질서가 깨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10년, 20년 전과 달리 이제는 통신사가 인터넷 생태계에서 가장 힘이 센 존재라고 단언하기가 어려워졌다.
통신사는 과거 힘이 세고 독점이라는 이유로 규제를 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통신사 이상의 독점력을 발휘하는 소수 콘텐츠 사업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