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세계에서 TV와 가전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다. 국내 TV와 가전 경쟁력은 세계 1위다. 소비자 요구를 제대로 간파하고 편의성을 극대화한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기술력에다 아이디어, 제조 노하우, 마케팅이 만나 시너지를 낸 결과다.
하드웨어(HW)를 잘 만들고 판매하는 데는 도가 텄다. 그러나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는 여전히 존재한다. 제품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킬러 콘텐츠'와 서비스에서는 아직까지 미흡한 편이다. 제조사는 TV와 가전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대거 투입해 제품을 만든다. 그러나 새 기능의 이용도는 많이 떨어진다. 스마트폰과 세탁기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 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이용률이 낮은 AI와 IoT 서비스 홍보는 때로 공허하게 들린다.
가전과 TV에서 소프트파워를 보강해야 한다. 단순 연결성과 호환성을 넘어 소비자 이용률을 높일 '킬러 콘텐츠'과 '킬러 서비스'를 계속 찾아야 한다. 아직 세계 시장에서도 큰 성공 모델은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기업이 도전해서 새로운 가전 산업의 소프트파워 성공 모델을 만들어 낼 여지는 남아 있는 셈이다.
소프트파워를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대기업 가전 사업의 SW 전문 인력은 아직 소수다. 중견·중소기업에는 아예 전문 인력이 없다. 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단기 투자엔 소극성을 띠기 마련이다. 그러나 연결성이 강화된 미래 시장에선 가전 기업의 소프트파워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SW와 빅데이터 분야 전문 인력도 길러 내야 한다. 단순 연결 기능 외에 소비자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부가 가치 창출 방안도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자동차, 가정, 도시 등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TV와 가전은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고, 수많은 빅데이터를 담고 있다. 이를 잘 활용해서 우리 기업이 새 시대에도 강자로 거듭나야 한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