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24>총성 없는 전쟁을 이기는 비결

“이민 가고 싶어요.” 철없는 젊은이의 투덜거림으로 무시하기에는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단순히 취업과 입시의 어려움에 대한 호소는 아니다. 아무리 선장이 배가 튼튼함을 주장해도 성난 파도에 위협받고 있는 승객을 나무랄 수 없기 때문이다. 나라 안팎의 혼란이 국가의 자부심과 미래의 희망을 앗아가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적폐청산, 미투, 갑질, 일제청산 등 과거 정리에 몰두한 시간이 짧지 않다. 쓰레기는 치워야 하지만 쓰레기 버린 사람까지 찾아야 하는 수고가 부담이다. 1994년 동족 학살로 전 국민의 10%를 잃은 아프리카의 르완다공화국이 '과거는 기억하고 현재의 힘을 합쳐 미래에 도전하자'라는 구호로 국가 재건에 성공하고 있는 모습에 교훈이 있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언행을 감찰한다는 민정수석의 입막음 경고에 공무원은 복지부동이 답이라 말하고, 주 52시간 근로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합리성을 이해하면서도 급변하는 환경에 우왕좌왕하는 기업인들의 아픔이 도를 넘는다. 최저임금과 실직수당으로 청년의 꿈을 응원하려는 시도는 근로 가치를 퇴색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도 총선에 목매는 정치인들에게 국가 미래는 뒷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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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국제정세는 더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넘어 환율전쟁으로 치닫고 있고, 일본은 수출규제를 앞세워 우리나라에 선전포고를 감행했다. 전문가들이 경제전과 정보전을 수없이 경고했지만 준비가 부족한 우리는 개별 수출 품목에 걸릴까 전전긍긍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전쟁이라면 당연히 일본에 반격해야 하지만 만만한 카드가 없어 걱정이다. 시간을 상당히 요구하는 소재의 자체 개발과 국민의 불매운동으로는 역부족이다.

우리의 현재를 최대한 긍정의 눈으로 바라보면 '과도기'다. 굽은 젓가락을 펴기 위한 과정이다. 설득력이 있으나 국민은 젓가락이 부러질까, 젓가락을 펴는 노력이 가능할까를 우려한다. 총성 없는 전쟁의 시작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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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를 전제로 하는 전쟁은 승패를 떠나 양방이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의 현재를 엄중히 여기고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허위 홍보와 인기에 편승한 정책보다는 진실을 공유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투명한 정부를 국민은 원하고 있다. 지금은 '나를 따르라!'는 장군보다는 “함께 가자!”는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일본만이 아닌 어느 나라도 미래의 적이 될 수 있어 전쟁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전 승리의 비결은 우월한 기술력과 건전한 문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이 부실하면 패배는 예견된 결과다. 연구개발(R&D)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변화에 편승해서 시리사욕을 챙기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국가 질서를 확립하는 무기는 건전 문화 창달이다. 위기를 맞아 달러 매입과 금전놀이에 몰두하는 사업가를 제도로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경제전은 인명 살상이 아닌 기업 살상이 목표다. 국가는 전투에 허약한 기업이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일단 쓰러지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쟁 승리만큼 중요한 종전 후 피해 복구를 준비하고 정부와 기업·국민이 함께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현재의 전투를 미래 성공의 발판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립 운동은 가상하지만 독립 후를 준비하지 못해 과거의 연장선에서 정부를 후회한 역사를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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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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