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23>한·일 치킨게임 다루는 정부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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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부가 치킨게임을 하고 있어요.”

195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타고 서로를 향해 돌진하다가 비겁한 사람이 피하는 치킨게임이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비를 건 일본은 반도체 핵심 부품의 한국 수출을 금지하더니 한국을 무역 우방국인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뒀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정부는 앞으로도 금융 제재 등 많은 무기를 갖고 있으니 일제강점기에 대한 역사를 자신의 주장대로 왜곡시키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사회에 일본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한일군사협정(GSOMIA, 지소미아)을 만지작거리며 일본에 대응하고 있다. 거리마다 열리는 일본규탄대회에는 대규모 군중이 모이고, 여당과 청와대는 대응책으로 내년도 예산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정치인 가운데 일부는 일본의 경제 침략을 내년 총선에 악용하려는 불순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대다수는 국가주의에 입각한 순수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그러나 우리 전력을 중심으로 계산하면 오토바이와 탱크 경기를 보는 것 같아 불안하다.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일본에 비해 방심한 한국 정부의 준비도 미비하고 무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대한 정치·외교 능력은 보이지 않고, 국민 감정을 자극하고 기업을 몰아치는 정부 모습만 자꾸만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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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으로 삼기 위해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서 부품·소재 원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결정에 머무르는 지도층도 경제전 승리를 위한 전략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도 미덥지 않다. 금융·문화 등 다양한 분야로의 경제전 확산에 대비한 전략을 국민과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구(IMF)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금을 모으던 국민은 여전히 정부의 현명한 전략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한·일 치킨게임의 전황을 국지전으로 이해하고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경우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을 제시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경제전은 산업, 경제, 문화 등 전 분야에서 어느 나라와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종합 청사진을 마련해서 국민과 공유해야 한다. 경제전에서 국민은 피란 대상이 아니라 군인이기 때문이다.

운용체계(OS), 검색서비스,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SW) 기술과 산업도 경제전에서는 강력한 무기다. 시간이 걸리는 기초 SW 기술과 인력 확보를 당장 시작하고 오픈소스 SW로 글로벌 커뮤니티와의 결속을 도모해야 한다. 다양한 국가와 기술을 공유해 미국, 일본, 러시아 등 소수 국가에 편중된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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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래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정보다. 구글과 아마존이 세계의 모든 데이터를 모아 빅브라더가 되기를 꿈꾸는 이유다. 대규모 정보 저장고인 클라우드가 외국 기업에 점령당하고 국가 정보가 해커들에 의해 유출되고 있는 현실이 걱정된다. 당장이라도 정보력을 강화하고 정보 보호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경험할 수 있다.

눈앞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려는 정부의 모습은 답이 아니다. 비행기와 탱크를 앞세운 전력 이상으로 기술과 산업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으면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전문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 재편 등 미래 경제전에 대비한 전략과 청사진을 구체화해서 제시하고 국민과 함께 새로운 국방력을 강화하는 현명한 정부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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