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혁신 벤처기업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인터넷 망 이용대가를 거론했다.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국내 CP간 역차별 문제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다. 정부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 달라는 요구다.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역차별 해소는 국내외 CP간 형평성은 물론 궁극적으로 통신사(ISP)와 국내외 CP, 망 이용자를 망라해 사회 전체 경제적 효용을 최적화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궁극적으로 망 이용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이해관계자 간 최적의 망 투자 분담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망 이용대가 논쟁은 이 같은 거시적 관점을 등한시 한 채, 이해관계자간 '밥그릇 싸움'으로 전락한 상황이 수년 째 지속되고 있다.
망 이용대가 본질을 비롯해 인터넷 상호접속, IX정산센터, 망 중립성 등 주요 현안을 5회에 걸쳐 점검하고, 합리적 망 이용대가 해법을 모색한다.
망 이용대가 논의가 표류하는 원인 중 하나는 '양면시장' 개념을 둘러싼 혼란과 무관치 않다.
통신사는 통신망이 양면시장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CP는 양면시장이 아니라고 부정한다. 즉 통신사는 망 투자비를 CP와 인터넷 이용자 모두로부터 회수 가능하다는 판단인 반면에 CP는 이용자 이용료만으로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양면 시장은 플랫폼이 두 종류(또는 여러 종류)의 그룹에 플랫폼을 제공하고, 각각 그룹이 플랫폼으로 거래하거나 상호작용하며 경제적 편익과 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이다.
통신망은 양면시장 고유의 속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통신망은 인터넷 이용자와 CP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용자와 CP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 통신망이 없다면 이용자와 CP 간 상호작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양면시장 대표 특징은 '간접적 네트워크 외부효과'다. 플랫폼에 연결된 특정 그룹 이용자가 증가하면 다른 그룹 편익이 증가하는 것이다. 인터넷 망에 가입한 이용자가 많아지면 늘어난 이용자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CP 콘텐츠가 늘어난다. CP 콘텐츠 확대는 이용자 증가로 귀결된다. 플랫폼에 연결된 이용자와 CP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통신사는 '망 투자비용을 어느 그룹으로부터 회수할 것인가'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중요한 것은 CP와 인터넷 이용자 모두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도입 초기에는 CP가 많아야 이용자 유치에 도움이 됐다. 통신사는 CP가 지불하는 망 이용대가를 최저로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다. 망 투자비를 인터넷 이용자로부터 회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항상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이용자가 망 투자비를 지불하기 때문에 CP 성장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현실화된다. 그러나 CP가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이용자가 지불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 인터넷 요금이 비싸지는 것이다.
니콜라스 에코노미데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충분히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통신사가 이용자로부터 망 투자비를 회수하려고 시도하므로 결과적으로 인터넷 요금을 내리기 위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달리 말하면 망 이용대가를 CP로부터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면 이용자를 보다 많이 유치하기 위한 요금·서비스 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CP 부담이 커지므로, 콘텐츠 산업 성장이 이전보다 둔화할 위험이 있다.
양면시장 논리에 따르면 망 투자 분담은 '선택'의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망 투자를 이용자, CP, 통신사 중 특정 집단에 전가할 수도 있고 분담하도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페이스북, 구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가 망 이용대가 부담을 거부하도록 현상을 방치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네이버 등 국내 CP에만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통신사에 전가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