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 꺼진 '하나로'...문제는 재가동 절차

지난해 12월 실험장치 문제로 정지한 실험용 원자로 '하나로'가 또 다시 긴 시간 동안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까다로운 재가동 절차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절차를 개선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하나로'는 정지 원인과 대응 방안 및 향후 계획까지 마련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 승인을 받아야 다시 가동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원자력연이 모든 조치를 마쳐도 원안위가 승인하지 않으면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지난 2017년과 지난해 7월에는 4~5개월이 걸렸고, 이번에는 벌써 8개월이 흘렀다. 원자력연은 모든 조치를 마치고도 언제쯤 재가동할 수 있을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로 가동 중단원인은 안전과 관계된 보호계통 문제가 아니라 단순 운전 장애로 인한 수동정지나 제어계통에 의한 정지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가동 중단 이유도 안전문제와는 거리가 먼 부가적인 냉중성자 실험장치 이상이 원인이었다. 더구나 하나로는 열 출력이 30메가와트(㎿)급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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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

이에 전문가들은 제어계통에 의한 정지 등 경미한 사안은 운영기관에서 자체 검검해 조치한 뒤 재가동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안전 위협이 크지 않으면 연구로 재가동 여부를 운영기관이 결정하도록 맡기고 있다.

최성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경미한 이유까지 원안위에 보고하고 재가동 승인을 받도록 한 것은 지난해 처음 생긴 제도”라면서 “연구로는 부가 장치가 워낙 많아 안전과 관련 없는 잔고장이 수도 없이 일어나는데, 이때 마다 재가동하는데 수개월씩 걸리면 사용할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원자력연은 지난달 이 같은 의견을 곁들여 국무조정실에 관련 원안위 고시 개정을 요청했다.

반면 원안위는 '하나로'는 보수적으로 관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오맹호 원안위 원자력안전과장은 “하나로가 발전용 원자로보다 작지만 인구 밀집지에 위치해 있다”며 “원자력 문제는 국민 관심이 큰 분야라 재가동 절차와 제도를 바꾸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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