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얼마 전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을 개최하고 제조업 혁신을 통해 제조업 4강 실현과 함께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일부에선 슬로건이 아닌 제조업 르네상스 실현을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많은 중소기업은 정부의 후속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중소제조업이 가장 많이 집적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이하 산단) 현황을 볼 필요가 있다. 산단 중소 제조 기업은 최근 수년간 생산·수출·고용 지수가 모두 하락세다. 최저 임금 인상, 52시간 근무제, 화평법 등 정책으로 더욱 상황이 나빠졌다. 중소제조업은 전국 어디에서도 활력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중소제조업의 어려움을 정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중소제조업이 힘들게 된 근본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에이서 컴퓨터 창업자인 스탠 시의 가치사슬과 성장 임팩트를 표시한 스마일커브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스마일커브는 양 입 꼬리 부분이 올라간 웃는 모양이다. 기업 가치를 연구개발, 시제품 제작, 생산제조, 마케팅, 서비스로 구분할 때 양쪽 입 꼬리 부분은 연구 개발과 서비스 영역이다. 중앙 부분은 생산제조다. 기업의 성장 임팩트는 입 꼬리 부분인 연구 개발과 서비스가 가장 크다. 그다음은 시제품 제작과 마케팅이다.
가장 기업 성장임팩트가 낮은 것은 생산제조 영역이다. 세계 제조기업 중 수익성이 가장 높은 기업인 애플도 스마일커브를 잘 지키고 있다. 성장 임팩트가 큰 연구개발, 마케팅, 서비스만 담당한다. 임팩트가 낮은 생산제조는 폭스콘에 줘 수익을 엄청나게 내고 있다.
산단 내 약 2만개 기업 중 96%가 종업원 50인 미만이다. 이들 중소기업은 제조를 대부분 담당하고 있다. 중국, 베트남 등 기업에 비해 더 이상 경쟁이 어렵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산단 내 중소기업이 제조에만 매달리면 기업 가치는 더욱 떨어진다.
산단 내 중소제조업을 혁신시켜 세계 4대 제조 강국 반열에 오르게 할 실행방안이 필요하다. 산단 내 중소기업에 애플과 같은 연구개발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마케팅과 서비스도 진행하기 어렵다. 기존 제품 개선 등에 의한 시제품 개발과 제조만큼은 가능하다.
중소기업이 제2의 창업 정신을 가지고 전력을 다해 숙제를 풀지 못하면 중소제조업 혁신은 어렵다. 정부, 대학 등은 보조 기관이다. 중소기업이 혁신 주역이다. 산업기술대는 30여 중소기업과 LED 가로등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시티 플랫폼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 제조업과 4차 산업혁명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 제조혁신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산업기술대 스마트시티 플랫폼 구축 사업은 아직 마케팅과 서비스 관련 기업과 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연내 완성될 것이다.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공동으로 연구개발과 시제품을 만들어 4차 산업혁명 융합 제조혁신 생태계를 만드는 데 뛰어들었다.
전통 제조업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융합, 업종·지역·비즈니스 간 칸막이 등을 탈피하는 제조혁신 공감대가 중요하다. 또 기업 중심 제조혁신이 중요하다. 정부 주도의 제조혁신은 성공 확률이 낮다.
반월·시화 산단이 글로벌 제조혁신 단지로 변모하지 않으면 한국의 '제조업 르네상스'는 절대 오지 않는다. 집토끼가 해외로 이전, 모두 산토끼가 돼 산단은 러스트 벨트가 될 것이다. 반대로 전통 제조업과 4차 산업혁명을 융합, 제조혁신 바람을 일으킨다면 산토끼조차 집토끼가 되기 위해 몰려들고 제조업 르네상스를 주도할 것이다.
현동훈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교수 hdh@kp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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