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스마트제조 혁신, 한국의 등대공장을 찾아서<6>혁신은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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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기업의 우수사례를 전파하고 관련기업이 벤치마킹 할 수 있도록 상생형 스마트공장 성과나눔 발표회를 지역별로 개최하고 있다.

상생형 스마트공장 2막이 시작됐다. 세계 최고 제조기업 노하우가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통해 혁신 중소기업으로 전수되고, 다시 혁신 중소기업 성공 경험과 노하우가 협력기업으로 전파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고, 다시 중소기업이 더 작은 중소기업의 발전을 이끄는 '상생과 공존'의 확산이다.

◇상생형 스마트공장 2막, 중소기업의 동반성장 '패밀리혁신'

1980년에 설립된 삼송캐스터는 캐스터·바퀴·운반구를 세계에 수출하는 강소 중소기업이다. 삼송캐스터는 올해 1월부터 3개월간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지원을 받아 세진프라스틱, 혜성엔지니어링, 코아컴포넌트 3개 협력사와 동반혁신을 진행했다.

스마트공장 패밀리혁신의 첫 사례다. 패밀리혁신은 모기업과 협력사가 함께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제조혁신을 추구하는 사업이다. 모기업만 혁신해서는 제품 원가·품질·생산성의 근본적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송캐스터가 패밀리혁신 1호 기업이 된 것은 삼성전자 지원을 받아 스마트공장을 처음 도입한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대구경북지역의 스마트공장을 시작으로 2016∼2017년 전국 중소기업 1086곳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삼성전자 협력사가 아닌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 참여기업 중에는 농기계 회사, 김·두부 등 식품제조 중소기업도 있다.

당시 병원 등에 쓰이는 환자용 침대 아래 달린 바퀴나 동체 등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삼송캐스터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장운영시스템(MES) 등 스마트공장 시스템 도입을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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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송캐스터는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와 함께 공장운영시스템(MES) 도입과 함께 제조 환경 개선 활동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익숙한 작업 환경을 바꾸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던 현장 직원들은 전반적 작업환경이 개선되면서 가장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스마트공장 구축을 위한 제조 환경 개선 활동을 진행하면서 또 다른 문제를 확인했다.

캐스터 하나를 생산하기 위해 하나의 중소기업이 모든 부품 사출부터 금형까지 한 곳에서 해결하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여러 협력사를 통해 제공되는 부품이 다르다. 협력사로부터 들어오는 자재 불량률이 높았고, 제조 과정에서 이를 일일이 골라내거나 망치질 등을 통해 재작업을 해야만 했다. 이러한 부품 재고 관리 수준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스마트공장을 제대로 도입하기 위해선 중소기업 한 곳의 혁신으로 부족했다.

삼송캐스터와 협력사, 삼성전자의 총 53명 제조 담당자가 힘을 합쳐 각 협력사별 고질적 문제를 집중 개선했다. 삼송캐스터는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위한 다음단계를 진행했고, 동시에 각 협력사도 부품 불량이나 물류 등 제조 공정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 결과 공정 불량률이 86% 감소하고 재료비는 42% 줄었다. 인당 생산대수도 31% 늘어나며 생산성이 동반 상승했다.

◇스마트공장, 현장만 이용하는 것? 'NO' 대표가 직접 이용할 수 있는 것

지난 6월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는 본사 협조를 받아 광주사업장을 중소기업 대표 500명에게 하루 동안 개방했다. 500명 규모 대규모 외부 방문이 이뤄진 것은 광주사업장이 문을 열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새벽부터 전국에서 10대가 넘는 버스가 줄지어 도착했다. 주차장이 부족해 인근 웨딩홀 허락을 받아 주차장을 대신하기도 했다.

김종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사장은 “스마트공장 구축에만 8주를 보내야하는데, 공장 환경 개선과 현장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정리정돈만 하는데 4주를 보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의식변화에는 혁신 현장을 직접 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생각에 공장을 보여주게 됐다”고 말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현장을 직접 보는 것이 더 낫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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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2일 광주에 위치한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그린시티를 방문한 올해 스마트공장 구축지원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 대표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냉장고 제조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1989년 설립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3000여여명이 근무 중이며, 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프리미엄 생활가전을 생산하고 있다.

박준하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센터 부장은 “스마트공장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이 시스템을 오퍼레이션할 수 있도록 공장 기본을 갖추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도입하기 이전에 △생산계획을 수립해 전 구성원이 공유하고 △매일 품질 현황을 분석하고 원인을 추적해 동일한 분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며 △현장의 모든 물품에 대해 분류하고 코드화해 관리하는 단계를 갖추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부분이 현장에 적용돼야 시스템을 접목하고 고도화하는 것까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단계를 스마트공장 도입 준비를 마친 '레벨 0'으로 정의했다. 이후 시스템이 고도화된다는 의미는 생산계획을 얼마나 멀리 예측할 수 있는 지(당일, 2일, 1주일, 1달, 1년)을 통해 스마트공장 수준이 나오고, 기본적으로 현장불량을 얼마나 줄이고 시스템적으로 미리 예측해 사전예방이 가능한지, 또 생산을 위한 원자재 투입량이 얼마나 세밀하게 추정할 수 있는 지 판단했다.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에는 해당 공장 대표가 직접 시스템을 이용해 생산·판매 현황 회의 주관 등 '시스템경영'을 할 수 있는 것이 스마트공장의 기본이다.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현장 인력만 이용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현장 인력만 사용한다면 이러한 시스템이 유지되고 지속 발전되기 어렵다. 대표가 직접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CEO) '의지'

삼성전자는 실제로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로 기업 최고경영자(CEO) 의지를 꼽았다. 현장부터 CEO까지 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스마트공장 도입은 성공해도 지속 유지, 발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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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송캐스터 공장 내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제조 단계별 부품이나 재고 상황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현장 직원만 알고 있었던 정보와 데이터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고 모이면서 이를 다른 사업부에 직원들과 확인할 수 있고, 시스템 경영을 위한 환경이 구축됐다.

대표가 앞장서서 자체 혁신조직을 구성하고 리더가 되어 노하우를 전파하는 '혁신 전도사' 역할을 해야 한다.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전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이 과정에서 임직원에게 주인의식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봤다.

김종호 사장은 10여년 전 협력사 대표와 간담에서 대표가 직접 생산 및 물류 재고를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물어봤다. 대표가 제조부터 판매까지 제조, 유통 전반을 파악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기반 경영이다.

궁극적으로 중국, 베트남 기업과 세계무대에서 경쟁해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선 협력사까지 동반혁신에 참여해야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 기존 거래선은 물론이고 신규 거래선을 통해 판매 규모 확대나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수익 개선도 가능하다.

스마트공장 구축 사업은 주관부서가 중소벤처기업부가 된 이후로 점진적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업종별 조합이 중심이 된 동반구축 사업을 중기중앙회 중심으로 시작했다. 조합별 제조 프로세스 혁신을 우선 진행하고, 조합 업종별 메인시스템과 회원사별 특화시스템을 구축해 효율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한다.

두 번째가 패밀리혁신이다. 스마트공장 도입에서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의 공정 혁신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다음에도 지속적으로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 체계도 연계돼야 한다.

진용두 삼송캐스터 부장은 “스마트공장 구축을 통해 불량률이 낮아지고 생산성이 높아졌지만 이를 더욱 확대할 만한 설비 투자 여력이 중소기업으로선 부족하다”면서 “지속적 지원을 통해 세계시장과 경쟁할 수 있는 자동화 등 추가 제조공정 투자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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