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보이지 않는 손과 민간주도형 충전 시장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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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장 조성과 연착륙은 항상 쉽지 않다. 특히 국가마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제도가 상이한 에너지 신산업인 '전기차' 확산과 또 다른 축인 '충전 시장' 활성화는 이해 당사자 간 미세한 조정이 긴요하다.

이 때문에 정책을 끌고 나가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고, 여러 관련 기관과 단체가 전기차 선도국의 사례 조사를 통한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골몰해 왔다. 그 결과 해마다 전기차와 충전인프라 등이 약 두 배 고속 성장, 2~3년 후에는 수요의 대도약을 맞게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초기 전기차 시장을 견인해 온 정부 정책의 핵심이 보조금 중심 시장 육성이었고, 그 효과가 작지 않았음은 각종 통계 자료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여기서 전기차 보조금은 예상보다 더딘 배터리와 차량의 가격 안정화 때문에 보조금 지급이 좀 더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당국도 그에 따른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주제를 좀 더 좁혀서 다소 소액인 충전기 설치보조금과 이를 중심으로 형성된 충전사업자 시장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의견을 반영해 지난 4월에 열린 한국전기차산업협회 창립포럼에서 '충전서비스 시장 활성화 방안, 민간주도 시장은 왜 안 열리는가'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민간 주도 시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사업자마다 약간의 온도차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원인을 살펴보면 투자비 재원 문제로 귀결된다. 즉 정부나 공기업의 보조금을 재원으로 구축해서 이윤 동기가 덜 절실한 측과 자체 재원을 투입해서 대출이자나 이윤까지 고민해야 하는 측의 차이였다.

어린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이유식을 먹이는 대신 젖을 떼듯이 산업이나 기업의 성장 사이클도 마찬가지이다. 자식이 귀엽다고 마냥 젖 물림을 고집할 수 없듯이 우리 충전 시장도 내년이면 전기차 보급 20만대 도약을 앞둔 시점에서 각종 보조금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충전기 보조금도 완속충전기의 경우 지난 2013년에는 대당 700만원으로 시작해 해마다 축소됐고, 현재 개인용 충전기 보조금의 경우 130만원까지 낮춰졌다.

여기서 보조금 축소를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 충전 시장이 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보니 충전기 가격도 보조금에 맞추는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일부 기업이 값싼 외국 제품을 사용, 품질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16년 4월 처음 책정할 때의 충전 요금은 ㎾h당 313.1원이었다. 그러나 6개월여 시행한 이후 '전기차 보급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2019년 말까지 전기요금 기본요금을 면제하고 사용량 요금을 2분의 1만 적용하는 특례요금을 적용했다. 결국 2017년 1월부터 현재 가격인 ㎾h당 173.1원으로 환경부가 요금을 전격 인하했고, 울며 겨자 먹기로 충전사업자 대부분이 이를 따르고 있다.

첫 요금 결정 발표 당시 환경부 보도자료를 보면 민간사업자의 경우 대출이자 및 이윤을 포함한 ㎾h당 431.4원 이상이 필요함을 인정하고 있다. 휘발유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충전요금이 싼 지금이야 말로 정부 주도형 충전 사업에서 민간 중심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때다. 당연히 감가상각이 가능할 정도의 요금으로 관련 생태계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 유도가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다.

지금 시장의 모든 참여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런 때일수록 모두 승자가 되는 시장 생태계 조성을 냉철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아쉽지만 보조금보다는 '전기차를 택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여길 정도로 사용자 편익 위주로의 발상 대전환이 필요할 때다.

또 투자비 회수를 고려한 요금제 다양화, 사용자 선택형 서비스 개발 등 충전 사업 정상화를 향한 당국의 예측 가능한 목소리도 필요하다.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서비스 시장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만 보이면 시장은 '보이지 않는 손'이 저절로 기능하지 않을까?

박규호 한국전기차산업협회 회장 7912pa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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