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중심병원' 지정 요건 놓고 빅5-대학병원 갈등 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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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상급종합병원 의료정보실 관계자가 의료정보를 분석하는 전산 시스템을 확인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DB)

정부의 '데이터 중심병원' 참여 기준을 놓고 사업이 시작하기도 전에 국내 병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500만명 환자 데이터 보유' 기준이 이르바 '빅5' 병원에만 유리하다는 논란이 제기돼 기준을 둘러싼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23일 정부기관과 병원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5월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의 일환으로 데이터 중심병원 지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연말 과제를 공고, 내년 초 3개 병원이 우선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중심병원은 병원이 쌓은 빅데이터를 비식별화해서 기업, 연구소 등과 신기술 개발에 활용하는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다. 연구 역량을 기르기 위해 시작한 '연구중심병원' 모델을 접목, 병원의 빅데이터 역량을 강화한다.

복지부는 2020년에 3개 병원, 2021년에 2개 병원을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원 비용은 병원 당 연간 3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최근 사업 참여 요건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복지부가 사업 참여 요건의 하나로 '500만명 환자 데이터 보유'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특정 병원에만 유리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국내에서 단일 병원으로 500만명 이상 환자 데이터를 보유한 곳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정도다. 의료원 산하 병원까지 합칠 경우 서울성모병원이 속한 가톨릭의료원도 포함된다. 사실상 빅5 병원만 기준 요건을 충족시키는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500만명이라는 기준이 어떻게 도출됐는지 모르겠다”면서 “빅데이터는 물리적 보유량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제되지 않은 500만명분 데이터와 고품질의 300만명분 데이터를 비교하면 후자 가치가 더 있다”면서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빅5 병원 외 진입장벽을 세워놓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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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병원 의료진이 EMR 시스템에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반면에 빅5 병원은 사업 목적을 고려하면 합리적 선택이라고 반박한다. 이번 사업 목적이 개별 병원의 빅데이터 역량을 지원하는 게 이미 상당 부분 투자가 이뤄진 곳을 대상으로 산업계와 협업 관계에 있는 만큼 최대 규모의 데이터와 투자 역량은 필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빅5 병원 관계자는 “데이터 질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기업이나 연구기관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많아야 이번 사업의 취지인 연구 및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평등에 입각한 육성이 이번 사업 목적이 아닌 만큼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와 그동안 투자한 사례에 입각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업계는 병원 간 입장이 첨예한 만큼 요건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요건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500만명 기준에 대한 다각도의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의지를 발휘해서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에 업계가 서로 입장차로 갈등하지 않고 협업하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해당 참여 요건을 검토하고 있지만 갈등이 심화될 경우 바뀔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상윤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장은 “500만명이라는 숫자는 한 나라의 국민 전체 데이터 수를 상징하는 의미에서 대규모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면서 “현재 예산과 참여 요건 등을 논의하고 있어 추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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