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모빌리티(이동) 플랫폼 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택시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택시-플랫폼 상생 방안'의 핵심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면허를 내주고 수익 일부를 기여금 형식으로 받아 공급 과잉 현상을 겪고 있는 택시의 감차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두 이해관계자의 안을 절충한 결과다. 그러나 규제를 풀어 준 것인지 진입장벽을 더 높게 쌓은 것인지 자체가 모호하다.
결론적으로 '타다'는 합법 서비스가 됐다. 그러나 이 때문에 '절반의 성공'이라는 주장은 억지다. 택시업계의 완승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모빌리티 플랫폼 또는 '타다'의 문제로만 국한해서 볼 수 없다. 여러 시사점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혁신형 산업에 대한 정부, 정권의 의지가 뚜렷하지 않음을 확인했다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지금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기득권층이 존재하는 한 새로운 산업이 국내에서 조기에 안착할 가능성은 극히 없어 보인다. 이번 모빌리티 플랫폼 공방에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그렇게 보여 줬다. 이런 우려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도전자가 감소한다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혁신 성장 신산업은 앞으로도 기득권 층이나 기존 산업과 수많은 충돌을 야기할 것이다.
양측 공방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이해 당사자는 각자 모두 자기 입장과 주장이 있는 게 당연하다. 이 때문에 중재자이면서 결정권자인 정부(어떻게 보면 정권)의 판단이 중요하다. 이번 새로운 차량 서비스 공방을 놓고 정부는 신산업 육성보다 '사회적 약자'(?)인 택시기사의 손을 들기로 결정한 것이다.
양측 이야기를 다 반영하겠다며 이도저도 아닌 결론을 내는 것도 좋지 않다. 이번 모빌리티 플랫폼 결정도 그렇다. 정부는 엇갈린 의견을 두루 섞어 반영하려 했겠지만 실제로는 양측 모두 만족하지 않는 어정쩡한 결론이 되고 말았다.
새로운 산업과 신산업이 충돌할 때 정부는 더욱 명확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표심'을 잃거나 역풍을 피하기 위해 모호한 답을 내놓아서는 미래가 없다.
혁신 성장 의지가 있고 이를 산업계에 보여 주려 했다면 정부는 이번 모빌리티 신산업 판단에서 다른 결정을 냈어야 했다. 이후 피해가 발생하는 측을 지원하고, 업종 전환까지 도움을 주는 쪽이 어땠을까 한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유독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산업 측면에서는 성장이 더딘 편이다.
이번 택시기사에 발목 잡힌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와 의사들에 거부 당한 '원격 의료'는 서로 유사점이 많다. 모두 해외에선 이미 활발하게 사업화가 이뤄졌지만 한국에선 몇 년 동안 논리 공방만 지속하고 있는 분야다. 둘 다 강력한 저항 세력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성장 산업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신산업 도전자와 기득권 방어자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지 수많은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세상은 변하는데 기존 가치에만 몰입되면 미래 대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판단이 우리 후대에 '디딤돌'이 돼야지 '걸림돌'이 되면 안된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