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데이터 대전(大戰)'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기업 및 국가 간의 숨막히는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미래의 새로운 자원으로 불리는 빅데이터가 중요한 것은 많이 알고 있지만 데이터를 담는 그릇인 데이터베이스(DB)라는 소프트웨어(SW)에 관해서는 많은 이해가 없다. DB는 원천 기술이 필요한 SW다.
여기서 원천 기술이라는 것은 미국과 같은 SW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에 의지해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앱) SW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독으로 개발된 '시스템 SW'를 말한다. 시스템 SW의 범주에는 DB, 운용체계(OS), 인터넷 브라우저, 블록체인, 통신 프로토콜 등이 있다.
시스템 SW를 아무나 개발할 수 없는 것은 하드웨어(HW)·OS·통신프로토콜 등과 같은 것을 기본으로 해서 많은 다른 시스템 SW와 연결되기 때문에 개발 난도가 매우 높으며, 만들었다 해도 이를 판매할 수 있는 거대한 마케팅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세계에서도 주로 미국 기업이 이 분야에서 독주하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에 구글 안드로이드를 공급하지 않으면 화웨이 스마트폰을 팔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안드로이드가 OS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미래를 좌우할 시스템 SW가 바로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DB다. 지금까지 이 분야는 이른바 '관계형 데이터베이스'(RDB) 솔루션이 수십년 동안 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기존 DB는 한계를 맞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형 DB 담론이 글로벌 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새로운 DB는 특정 회사가 완전히 주도하기보다 여러 기업이 조금 다른 영역에서 자신만의 강점으로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예를 들면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서비스하는 다이나모 DB 같은 키 밸류 스타일, 몽고 DB 같은 도큐먼트 스타일, 한국의 아젠스그래프 DB 같은 그래프 스타일 등이 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하는 것이 한국의 아젠스그래프로 대표되는 그래프 DB다. 이름과 달리 게임 같은 컴퓨터그래픽(CG)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이 허브와 노드로 구성된 네트워크 형태 DB다. 지금까지 쓰이고 있는 '관계형 DB'가 명칭과 달리 데이터 간 상관관계 파악에 적합하지 않은 것에 반해 빠른 속도로 데이터 간 관계를 시각 기능으로 파악할 수 있어 세계 무대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람 간 상관관계를 그래프로 그리면 단번에 누가 허브 역할을 하는 중요 인물이고 누가 하부 역할을 하는 리프 인물인지 곧바로 알 수 있다. 자금 송금 관계를 그리면 돈의 흐름을 알 수 있고, 각종 피싱으로 돈을 갈취하는 계좌를 곧장 파악할 수도 있다. 금융 사기를 적발하거나 조세 피난처를 발견할 수도 있다. 또 논문, 특허, 기술들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면 누가 핵심 기술을 갖추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세계 기술 흐름도 파악할 수 있다. 이렇듯 그래프 DB를 활용하면 실생활과 비즈니스에 무궁무진하게 응용할 수 있다. 한국의 SW 산업이 성공하려면 시스템 SW를 해야 하고, 이처럼 새로운 발상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아이템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에서 미래 전쟁의 승패가 갈리기 때문이다.
장동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donchang07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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