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손정의가 'AI퍼스트'를 외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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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20조원을 헤아리는 글로벌 기업체를 일궈 냈지만 아직 100분의 1도 이루지 못했다고 실토한다. 모든 산업을 재정의하는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인류를 행복하게' 한다는 원대한 비전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 퍼스트”를 강조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면담한 자리에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브로드밴드”라고 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손 회장이 외친 '트리플 AI 퍼스트'에 농축된 함의는 무엇일까. 평소 그의 경영 비전과 전략에 관심을 기울여 온 필자의 뇌리에 AI 입국을 위한 비전, 전략, 예산의 삼위 일체 접근법이 스친다. 중요한 것은 동시 병행 행동과 입체 공략이다.

첫째 손 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마이크로칩 성능은 100만배 늘었고, 앞으로도 그 추세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 그 결과 역량이 압도하는 AI칩 네트워크 혁명이 세상을 근원부터 변모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손 회장은 오차를 감안해도 30년 후에는 틀림없이 기계가 인류의 지성을 넘어서는 싱귤래리티에 도달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러한 AI 혁명 대처 여하에 따라 기업은 물론 국가의 흥망성쇠도 갈린다. 온갖 가전과 부품, 심지어 안경·구두에도 인간 지능을 초월하는 AI칩이 탑재된다. 환경에 편재하는 이들 AI칩은 클라우드의 초지성 데이터와 교감하며 학습하고 추론하는 힘을 확장해 간다.

AI 입국 비전은 이러한 거시 성격의 대변혁을 통찰하고, 여기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이념과 의지의 결집체다. AI 혁명이라는 타이밍과 신문명의 중심국가로 굴기하겠다는 확고부동한 포석이다. 10년, 30년 후 대목표를 설정하고 전체 조감도를 정교하게 설계한다. 그 조감도에는 치밀한 상황 분석, 응결된 핵심 가치, 집념 어린 영혼이 담겨야 한다.

둘째 AI 입국 모델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AI군 전략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전략은 AI 혁명을 선도하는 첨단 기술과 비즈니스 혁신 모델, 유니콘을 일군 야심에 찬 기업가로 구성되는 300년 지속 기업 형태다. 국가 전략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AI 입국 전략 조건으로 국민의 대목표 정립과 당면한 세계 과제 해결의 연계, AI 활용을 위한 국가 혁신 체계, 상상력 넘치는 도전정신 존중 등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인재·산업·도시·정부·연구개발(R&D) 부문이 AI 입국 체제로 전환될 필요성이 있다.

셋째 AI 혁명 입국을 위한 예산 및 자원의 집중과 선택이다. 담대한 비전과 전략을 품었다면 행동에 나서야 한다. 결연한 실행을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다. 지금은 AI 혁명의 여명기다. 실기하면 돌이킬 수 없는 AI 후진국가로 밀려난다. 미국, 중국, 일본 등은 범국가 차원의 AI 전략과 로드맵을 수립하고 천문학 규모의 예산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AI에 의한 빅뱅은 질풍노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컴퓨터도 인간처럼 학습할 수 있다는 신경망 가설을 배경으로 AI의 정확도는 하루가 다르게 현저하게 진보하고 있다. 그 알고리즘은 관련 분야의 빅데이터 축적과 학습에 비례, 진화를 가속화한다.

AI의 실체는 미래 기술이 아니라 현실 시스템과 산업을 재구축하는 엔진이 되고 있다. 21년 전 손 회장의 건의를 받아들인 김대중 대통령은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활용하는 인터넷 강국'으로 국정 리더십을 발현했다. 이번에는 '세계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AI 강국'으로 국정 기조를 정립하는 변곡점으로 삼으면 어떨까.

하원규 미래학자·디지털 토굴인 hawong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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