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투사 '신용공여', 주식담보 대출에 집중...기업금융 성과는 극히 '미미'

대형 증권사의 신용공여 절반 이상이 주식담보 대출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금융 관련 신용공여 조차도 대부분 부동산이나 대기업에 쏠렸다. 중소기업에 직접 투입된 신용공여액은 전체 29조원 가운데 고작 1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증권사 기업금융 성과가 극히 미미했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으로 7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의 신용공여 총액은 2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제도를 도입한 2013년말 5조8000억원에서 약 5배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2013년부터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는 종투사로 지정해 기업 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했다. 메리츠종금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7개사가 신용공여 업무를 취급한다.

종투사 신용공여 가운데 64.8%인 18조9000억원이 주식담보 대출 목적의 투자자 신용공여에 쓰였다. 기업신용공여는 10조원, 헤지펀드 신용공여는 3000억원에 불과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을 제외한 6개 종투사는 일제히 투자자 신용공여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삼성증권(85.7%), 미래에셋대우(75.3%), KB증권(72.8%), 한국투자증권(67.1%), NH투자증권(66.7%), 신한금융투자(63.6%) 순으로 투자자 신용공여 비중이 높았다.

금감원은 “소매영업이 강한 일부 종투사는 기업 신용공여 대비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주는 투자자 신용공여를 선호한 것이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신용거래 대주·융자나 예탁증권담보 융자는 6~9% 수준의 높은 이율이 적용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동시에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 등을 통해 신용 위험에 따른 손실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기업 대상 신용공여도 중소기업 보다는 부동산 또는 대기업에 집중됐다. 전체 10조원의 기업 신용공여 가운데 대기업에 투입된 금액은 4조5646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 관련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인수금융 등을 제외한 순수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여는 1조7229억원에 불과했다.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신용공여액을 제외한 경우 규모는 더욱 적다.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공여가 가장 많은 종투사는 미래에셋대우(1조908억원)와 메리츠종금증권(958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6663억원), 한국투자증권(2166억원), KB증권(1590억원)이 뒤를 이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중소기업 대상 신용공여에 27억원을 투입했고, 삼성증권은 전무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등 종투사가 모험자본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 방안을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표> 종투사 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 유형별 현황 (단위: 억원, %)

자료:금융감독원

종투사 '신용공여', 주식담보 대출에 집중...기업금융 성과는 극히 '미미'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