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을 위한 자금을 올해 추경안, 내년 예산안에 적극 반영한다. 향후 추가 제재가 가능한 품목을 선정, 단기간 내 자립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한다. 일본이 규제를 철회하지 않을 시 상응 조치도 취할 방침이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4일 일본 수출규제 관련 핵심부품·소재·장비 분야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수출규제 3개 품목을 포함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핵심 기술개발, 사업화·실증 등 관련분야 사업을 적극 추진해 일본 의존도를 낮추겠다”면서 “핵심부품 등에 대해서는 자립도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 차관은 “연내 추진 가능한 사업은 추경 예산안 국회 심의시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면서 “2020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도 관련 사업은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사태 심각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관련 사업 준비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수출규제 3개 품목, 향후 추가 제재가 가능한 품목을 선정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자립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한다.
그간 투자로 기술이 확보된 품목은 양산이 가능하도록 유동성 지원을 추진한다. 상용화 단계 기술은 수요기업과 협력해 실증 테스트 실시 등 신뢰성을 확보한다. 기술개발이 필요한 품목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신속 지원한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일본 수출규제를 '경제보복'으로 비판하고 철회하지 않을 경우 상응 조치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일본은) 신뢰가 깨졌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강제징용에 대한 사법 판단에 대해 경제에서 보복한 조치라고 명백히 판단한다”면서 “보복 조치는 국제법에 위반되기에 철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수출규제가) 시행되면 한국 경제 뿐 아니라 일본에도 공히 피해가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이 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한 상응한 조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WTO 제소 결과가 나오려면 장구한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유일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면서 “국제법·국내법상 조치 등으로도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오후에는 박용만 대한상공의소 회장 등과 만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기업인 간담회'를 개최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 3~5월 대한상의에서 건의한 90여건 세법개정과제를 검토 중”이라며 “신성장 R&D 위탁연구개발비 인정범위 확대, 소액수선비 감가상각특례 기준 상향 등 건의사항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하반기 경제정책 운영과 관련 혁신성장에 대해 좀 더 파격적인 조치가 있었으면 한다”면서 “규제 샌드박스는 개별 규제에 대해 정부가 일일이 심사해 승인하는 '관문심사방식' 대신 심사 이전단계부터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보완하고, 여러 부처에 걸친 복합 사업 모델에 대해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