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융합 분야 정부출연연구소는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연구를 수행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 한국기계연구원(KIMM), 기계연 부설 재료연구소(KIMS) 등은 생산공정이나 제조환경 개선을 통해 제조업 발전에 기여해 온 기관이다.
이들 기관은 산업현장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주로 개발한다. 이번 역할과 책임(R&R) 재정립에서도 공장 스마트·자동화 및 관련 공정과 세부기술 개발을 주요 역할로 설정했다.
특정 학제를 다루는 타 출연연과 달리 다양한 응용 분야를 모두 다루다 보니 예산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따라 연구성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예산이 곧 경쟁력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의 출연금 비중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정부 과제를 수탁해 충당해 왔다. 그런데 이마저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다는 산업통상자원부 과제가 중심이 됐다. 워낙 산업과 밀접한 분야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임에도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를 더 많이 수행해 온 것이다. 생기원은 전체 정부 수탁과제 가운데 80%, 기계연은 70% 이상이 산업부 과제다.
이 같은 사실은 이번 R&R 재정립 및 수익구조 포트폴리오 계획 수립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됐다. 출연연 입장에서는 타 부처 예산을 어떻게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당초에는 과기정통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타 부처 과제를 안정 재원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실제로는 출연연 각자에게 숙제로 떠넘긴 셈이다. 그러나 출연연 입장에서는 타 부처에 직접 과제 이관 또는 정책과제 지정을 요구하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어차피 해도 안 될 일'이라는 분위기가 속에서 산업부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과기정통부 산하 출연연이 산업부에 재원을 달라고 요구할 수 없는 노릇이고, 설사 요구한다고 해도 산업부가 들어줄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공연히 관계만 어색하게 만들기보다는 동등한 위치에 있는 과기정통부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정리해 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먼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출연연의 방패막이가 돼 줘야 한다”면서 “타 부처 예산을 가져오는 일은 과기정통부가 나서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표> 생기원, 기계연, 재료연 기관 수입구조 포트폴리오에 따른 출연금 희망 비중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