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기조직기증원,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으로 새로운 통로 마련 필요”

Photo Image
조원형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국내 장기조직 기증 수요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대안 도입 목소리가 높다. 선진국 수준 장기기증 문화를 조성해 기증율을 높이고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해 장기기증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요구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는 26일 서울 국민연금공단 충정로 사옥에서 글로벌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해외 기증 선진국처럼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CD)을 도입해 기증을 활성화하고 줄어드는 미충족 기증 수요 대비 방법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장기 기증 숫자는 감소 추세다. 첨단의료기술과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사회 여건이 변화하면서 2016년 장기기증자 수 573명에서 2017년 515명, 지난해에는 449명까지 줄었다. 이처럼 줄어드는 숫자가 장기이식 수요보다 높아 매일 5명 이상 이식 대기 중 사망자가 발생한다.

KODA는 이 간극 메우기 위한 해결책으로 △DCD 활성화 △장기기증희망 등록 방식 교체를 제시했다. DCD란 심장사로 인해 혈액순환이 멈춘 환자로부터의 장기 기증을 뜻한다. 순환정지 시기에 따라 심폐 기능이 소실된 상태에서 사망 선언 후 장기를 구득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뇌사 환자가 심정지가 발생한 경우에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

기증 범주를 넓힐 경우 늘어나는 수요 충족이 가능하다. 사망 판정 후 기증 범주는 총 네 가지로 국내 범주는 가장 좁은 영역 죽음만을 인정하는 뇌사자 심정지 발생에 해당한다. 생명 유지장치 제거 시 심정지가 예측되는 경우나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회복이 안 되는 경우 등을 포함해 기증 통로를 넓혀 이를 활성화한다.

외국에서는 DCD가 10여년 전 부터 보편화된 장기기증 통로로 자리 잡았다. 스페인은 2013년 DCD 기증이 전체 뇌사 장기 중 9.6%를 차지했으나 2017년 26%까지 증가했다. 네덜란드, 유럽 등은 전체 기증 중 DCD 기증이 약 절반가량 차지한다.

장기기증희망 등록 방식 교체 필요성도 제기됐다. 국내는 기증을 원하는 사람만 장기기증희망을 등록하는 옵트 인 방식을 활용한다. 스페인과 같이 장기 기증 현황이 높은 나라는 옵트 아웃 방식을 채택한다. 사전에 거부하지 않으면 사후에 장기기증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기증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환자가 사고발생 현장이나 응급실에서 회복되지 않았을 때 순차적으로 기증된다.

뇌사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제고와 더불어 심장사 등 다양한 기증 경로로 죽음을 인정하는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뇌사상태를 죽음으로 인정하는 법적 근거는 아직까지 없다. 뇌사장기기증이 절차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 참여 논의가 요구된다.

조원형 KODA 원장은 “기증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2016년 이후 매년 전년대비 8%씩 기증 동의율이 감소하고 있다”면서 “국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 DCD를 통해 기증 활성화가 되도록 법과 제도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성다교기자 dksu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