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리뷰] 전시 '더 뮤즈 : 드가 to 가우디',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거장들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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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드가’부터 ‘안토니 가우디’까지 예술계 거장들의 작품을 기존의 틀에 박힌 형태가 아닌 새로운 방식으로 전시하고 있는 <더 뮤즈 : 드가 to 가우디>는 ‘조르주 쇠라’, ‘알폰스 무하’, ‘피에트 몬드리안’, ‘바실리 칸딘스키’, ‘앙리 마티스’, ‘장 프랑수아 밀레’까지 총 여덟 명 거장들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전시장을 이루는 가벽의 전면을 스크린 삼아 작가별 작품들을 영상화하여 화면을 구성하거나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이 만들어지고 변형되는 등 시각적인 전시에 그치지 않고 예술가의 입장에서 보고 듣고 몸을 움직이는 등의 섹션별 체험형 전시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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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뮤즈 : 드가 to 가우디>와 같은 형식의 전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7년 12월부터 작년 초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되었던 <그대 나의 뮤즈-반 고흐 to 마티스> 전시의 제작진들이 다시 모여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대 나의 뮤즈-반 고흐 to 마티스> 전시 때는 ‘빈센트 반 고흐’,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구스타브 카유보트’, ‘구스타프 클림트’, ‘앙리 마티스’ 이렇게 네 명 거장들의 작품으로 각 섹션을 준비했었는데 이번 <더 뮤즈 : 드가 to 가우디> 전시에서는 이전의 배수가 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그 가치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전시장 곳곳에서 이전 전시의 흔적들을 조금씩이나마 엿볼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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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색감과 작가가 가진 작품에 대한 생각들이 녹아있는 커다란 스크린의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작품 속의 인물과 함께 작품이 그려진 현장으로 여행을 떠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영상화된 작품의 가장 큰 장점 두 가지는 평면적인 구도가 아닐 수 있다는 점과 그림을 개체별로 나누어 각 개체를 동적인 시선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앞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전시 전체가 영상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기존의 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의 액자 속 작품도 있고 조형물과 건축물의 축소모형 등 다양한 전시물도 마련되어 있다. 물론 진품이 아닌 모사품이지만 체험형 전시의 특성상 조심스럽고 까다롭기만 한 진품들에 어려움을 느끼는 관람객이라면 마음 편하게 관람할 수 있을 테니 장점이라고 본다.

 
‘조르주 쇠라’ 작품의 점묘 화법을 현대적 기술을 통해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아주 쉽게 점묘법의 병치혼합을 설명한다. 건축가로서의 ‘안토니 가우디’ 작품을 건축물 모형을 통해 예시하면서도 그가 추구한 곡선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알록달록한 타일의 움직임을 형체화시킨 전시물도 있다. ‘피에트 몬드리안’의 선과 면과 단순한 색으로 이루어진 구성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게 하고 ‘바실리 칸딘스키’의 작품을 직접 연주해 볼 수 있는 건반을 놓아 리듬과 음색이 특정한 색과 형상으로 표현되는 것을 체험하게 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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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시절의 ‘앙리 마티스’가 붓 대신 가위를 들고 탄생시킨 종잇조각 작품 속 동물과 사물을 통해 색감과 움직임을 나타내고 삼면이 스크린으로 구성된 독립된 섹션에서는 ‘에드가 드가’의 작품 속 발레 하는 소녀들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평면의 그림으로만 접했던 작품 속 사물과 인물(발레리나)들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느껴지는 경험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프라하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알폰스 무하’의 우아하고 신비로운 주인공들의 모습은 영상 속에서 관람객을 부르는 듯한 착시를 느끼게 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슬라브 서사시는 고대의 기원으로부터 1차 세계대전까지의 슬라브 문명의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 한다. ‘장 프랑수아 밀레’가 바라봤을 법한 농가의 창문이 구현된 공간에서는 창밖의 정겨운 농촌의 풍경까지도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어 현실감 있고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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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뮤즈 : 드가 to 가우디>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작품을 통해 영감을 받은 ‘빈센트 반 고흐’와 관련된 섹션이 아닌가 싶다. 서두에서도 여덟 명의 거장들을 이야기했듯이 전시는 지금까지 소개된 드가, 쇠라, 무하, 몬드리안, 칸딘스키, 마티스, 밀레, 가우디의 작품 세계를 관람객들에게 체험하도록 한다. 어쩌면 ‘빈센트 반 고흐’의 영역은 ‘장 프랑수아 밀레’의 작품 세계에 부수적으로 포함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밀레를 좇아 농가로 이주하고 그의 흑백 스케치화를 모티브로 색을 입힌 작품을 그리는 등 비슷한 제목과 똑같은 구도의 쌍둥이 같은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고흐가 밀레를 얼마나 동경하고 존경했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빈센트 반 고흐’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작품들을 ‘시’라고 표현하며 극찬했고 그의 작품들을 ‘색채’로 번역하여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어내는 경외심이 가득한 작품 활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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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아니 아니 아홉 명의 예술계 거장들 작품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전시 '더 뮤즈 드가 to 가우디'.
 
영상으로 구현된 작품들을 이렇게 지면으로 소개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섹션마다 클래식과 재즈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감상의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는 현장감 역시도 전달할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더 뮤즈 드가 to 가우디' 전시는 내년 2월까지 계속된다. 기한 내에 전시장을 찾아 쉽고 친절하게 전시된 거장들의 작품들을 직접 체험해 보고 전시 말미에 마련되어 있는 바람개비를 꼭 불어보는 기회를 가져봤으면 한다.


전자신문 컬처B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