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현상', '4차 산업혁명 활용난', '미래 수익원 부재'…기업 미래준비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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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들이 '샌드위치 현상 심화', '4차 산업혁명 신기술 활용 애로', '미래 수익원 부재'라는 삼중고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기업의 미래와 한국경제 성장잠재력이 날로 불안해지고 있어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는 국내 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우리 기업의 미래준비실태 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대외경쟁력은 악화일로이고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한 신사업도 잘 진척되지 못해 성장 원천이 고갈되는 상황이라며 경각심을 촉구했다.

기업들은 신흥국의 역전 위협과 선진국과 격차 확대를 느끼고 있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기업과 경쟁력 격차에 대해 '비슷한 수준'(35.9%)이거나 '오히려 뒤처진다'(5.4%)고 답한 기업이 41.3%에 달했다. 2010년 조사 당시 응답률은 10.4%로 신흥국 추격에 위협감을 느끼는 기업이 10년 새 4배 늘어난 셈이다.

신흥국보다 앞선다는 응답도 '3년 이내'(31.6%)라는 응답이 '5년 이내'(18.5%)와 '5년 이상'(8.6%)을 합한 응답(27.1%)보다 많았다. 신흥국과 경쟁력 격차를 유지·확대할 골든타임이 3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대로 선진국과의 격차에 대해 '뒤처진다'('3년 이내' 35.5%, '5년 이내' 14.5%, '5년 이상' 11.2%)는 응답이 61.2%로 '비슷한 수준'(35.8%) 및 '앞서있다'(3.0%)는 답변보다 많았다. 10년 전(41.3%)보다 20%P 늘어났다.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경쟁국 대비 강화 추세'라고 응답한 기업은 21.5%로 '약화 추세'라는 응답(35.7%)에 못 미쳤다. 신산업 발전 정도에 대해서도 '경쟁국 대비 저조'(16.3%) 하다는 답변이 '우위'(12%)에 있다는 의견을 앞질렀다.

기업들은 해외보다 열악한 국내 투자환경을 꼬집기도 했다. '국내와 해외 투자환경이 별 차이 없다'(51.6%)는 의견이 과반수였지만, '해외가 낫다'(32.9%)는 답변이 '국내가 낫다'(15.5%)는 답변보다 2배 이상 많았다. 그 이유로는 '인건비 등 비용 낮음'(39.4%), '경제활력 높음'(32.7%), '기업활동에 인센티브 많음'(13.3%), '규제 강도 낮음'(11.5%) 순으로 꼽았다.

미래 수익원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한 활용도 역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응답기업의 절반 가량(48%)이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부 활용'이 46%였으며, '적극 활용 중'이라는 응답은 6%에 불과했다.

기업의 4차 산업혁명 활용 지원을 위한 정부 정책 대응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책 분야별 대응의 충분성'을 묻는 질문에 '규제 완화'(62.9%), '인력 양성'(62.7%), 'R&D 지원'(59.4%), '벤처·창업 지원'(50.6%) 순으로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대한상의는 “미래 기술의 활용 여부는 신규 수익원뿐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고객 서비스 개선 등 기업 경쟁력 전반을 결정짓는 요인”이라면서 “규제 샌드박스 운영 방식을 기존 '건별 심사·승인 방식' 대신 '우선 허용-사후 모니터링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기업들이 미래 기술을 적극 적용해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미래 수익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응답기업 3곳 중 2곳(66.9%)은 '미래 수익원이 될 수 있는 신사업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이들 기업 중 상당수(62.0%)는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2010년 조사 당시 '미래 수익원 미확보' 응답률은 28%에 불과했다.

신사업을 확보했다는 곳도 '성과 내는 단계'는 27.8%에 그쳤다. 나머지는 '추진 중인 단계'(72.2%)라고 답했다.

미래 수익원 발굴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시장 형성 불투명'(41.0%)을 꼽았다. 이어 '자금 부족'(21.7%), '기술력 부족'(17.3%), '규제 장벽'(16.3%) 순으로 답했다.

'현재 주력사업이 향후 얼마 동안 주요 수익원이 될지'를 묻는 질문에는 '10년 이상'(39.4%), '5~10년'(31.5%), '3~5년'(21.9%), '3년 이내'(5.0%), '이미 상실'(2.2%) 순으로 답했다. '5년 이내'의 응답 비중은 26.9%로, 전체기업 4곳 중 1곳이 '주력사업 수명'이 단기간 내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문태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기술과 생활 패턴이 급변하면서 기존 사업 모델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고, 한국경제의 미래와 세계시장 선점을 위한 골든타임도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신기술과 혁신적 아이디어로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에 도전하고, 정부도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만드는 쪽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제도와 플랫폼을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와 사회 부문이 미래를 위해 선순환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기업(83.6%)이 “경제 양극화와 사회적 대립이 서로 엉켜 양자 발전 모두 정체된 상태”라고 답했다. “경제발전이 사회발전을 이끌며 선순환하고 있다”(9.0%)는 응답과 “사회발전이 경제발전을 이끌며 선순환하고 있다”(7.4%)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선순환 관계 복원을 위한 과제'로는 '정부의 대안 마련과 리더십 발휘'(95.6%), '보수-진보의 소통'(94.9%),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의 기업격려'(94.2%)를 차례로 꼽았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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